[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지금 오이 한 개에 1000원이 넘어요. 원래 이 정도면 두 개 값이죠. 올해 겨울 들어서면서 확 비싸졌어요. 안 오른 것 찾기가 힘드니까..."
5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용산구 전통시장. 채소 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 씨는 "물량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가격을 물어본 뒤 "비싸다"고 중얼거리다 지나가기도 했다.
장을 보러온 이선정(45) 씨는 "지난주보다도 더 오른 것 같다"며 "사과, 딸기랑 반찬 세네가지를 샀는데 6만원이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5일 서울 용산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야채를 구입 중인 시민들. 2024.01.05 allpass@newspim.com |
올 겨울 포근한 날씨와 폭설·한파가 반복되는 이상 기온 현상이 일어나면서 농산물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상인들은 물량 부담에, 서민들은 먹거리 부담에 근심이 큰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기준 파/대파는 1kg당 4926원으로 1개월 전(4124원) 대비 19%, 1년 전(3563원) 대비 무려 38% 올랐다.
사과/후지 10개 소매가격은 2만 8699원으로, 한 달 전(2만 8090원) 대비 2.17% 올랐다. 1년 전(2만2219원) 대비해선 3% 오른 수준이다. 이외에도 얼갈이배추, 오이, 호박, 배 등 과일, 채소 가릴 것 없이 1년 전 대비 많이 올랐다.
다음달 설 명절을 앞두고 농산물 값에 대한 부담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인 김씨는 "채소 값이 전년 대비 기본적으로 10~20%는 올랐다. 손님들이 비싸다고 많이 하는데 어쩌겠냐"며 "물량이 많지 않아서 설이 되면 조금씩 더 오를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인근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 중인 이모 씨도 "전년 동기 대비 30~40% 이상은 오른 것 같다"며 "사과 10kg에 10만원이 넘는다. 비싸도 7~8만원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서 "설이 가까워지면 명절 특수 때문에 더 오를 수밖에 없다"며 "지금 가격에서 10% 정도 더 오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마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날인 4일 오후 5시쯤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과일 코너 직원은 바나나 다발을 정리하며 "세일 상품을 제외하곤 지난주에 비해서 다 올랐다"며 "요즘 워낙 변동이 심해서 또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4일 서울 용산구 한 대형마트에 있는 떨이 코너. 버섯류와 청경채, 상추 등이 30~40% 할인된 금액에 판매 되고 있다. 2024.01.04 allpass@newspim.com |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트 내 떨이 코너를 찾는 시민들도 많아졌다. 주부 박민정(36) 씨는 40% 할인 중인 유기농 청경채와 양송이 버섯을 카트에 담으며 "최근 온·오프라인으로 떨이상품이나 못난이과일을 사는데 비용 절감이 많이 된다"며 미소 지었다.
자취생 이지윤 씨도 "기본적으로 30%, 오늘 내일하는 상품들은 50%까지도 할인하는 것들이 있다"며 "잘 골라사서 그날 요리해먹으면 썩을 일도 없고 부담도 적다"고 했다.
농산물 가격 안정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원태 농촌경제연구소 원예농산물 실장은 "과일은 지난해 봄 개화기 때 꽃이 냉해를 입으면서 생산량이 많이 감소했다"며 "시설채소는 12월에 기온이 높았다 급격하게 한파와 폭설이 오면서 작물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출하량 자체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과, 배 등 명절 성수품은 물량 자체가 부족하니까 설 전까지 가격 안정이 어려울 것 같고, 호박이나 대파 등 야채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가격이 더 올라가기 보단 작년 대비 높은 수준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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