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2심 벌금 100만원·선고 유예
대법 "사정 고려 없이 일률적 신상공개" 지적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양육비를 주지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온라인 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 운영자 구본창 씨가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4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씨에게 벌금 100만원 선고를 유예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선고 유예는 유죄는 인정하지만 형이 가벼울 때 선고를 유예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이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2022.11.16 allpass@newspim.com |
구씨는 2018년 양육비를 받지 못한 이들의 제보를 받아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사이트는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양육비 미지급자의 이름과 출생년도, 거주지, 직업, 직장명, 얼굴사진, 전화번호 등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인적사항을 공개한 것은 다수의 부모와 자녀가 양육비로 고통받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양육비 지급을 촉구한 것으로 공공의 이익이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 판단은 엇갈렸다. 2심 재판부는 "사이트에 공개되는 신상정보가 지나쳐 양육비 채무자인 피해자들의 인격과 명예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시기 및 기간 등 기준이 임의적이고 사전 확인과 검증 절치를 거치지 않아 비방 목적이 인정된다"고 봤다.
대법원 또한 원심을 수긍했다.
대법원은 "신상정보를 공개하면서 양육비채무자에 대한 사전 확인 절차를 두지 않았고, 양육비를 지급할 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았다"며 "개별 사정이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신상정보를 공개한 것은 채무불이행자 공개 제도 등과 비교할 때 볼 때 양육비채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커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공적인 관심 사안에 해당하더라도, 특정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 자체가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히 전파성이 강한 정보통신망을 통한 공개라는 측면에서 볼 때 양육비 지급에 관한 법적책임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의 정도가 지나치게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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