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위기라고 계속 말하면 진짜 위기가 옵니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라는 단어도 신중하게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여름 한 저축은행 관계자가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 상승 등 새마을금고발 금융 불안이 2금융권으로 번질 때였다. 당시 뱅크런, 서민금융 연쇄 부실 등 우려 섞인 목소리가 연일 나왔다. 과도한 불안감 조성이 자칫 진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게 저축은행 관계자 설명이었다. 지난해 여름 뱅크런은 없었고 서민금융 연쇄 부실 조짐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태희 금융증권부 기자 |
이 저축은행 관계자는 약 5개월 후가 지나서도 비슷한 말을 꺼냈다. 지난해 12월28일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PF 대출 상환을 감당하지 못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소식이 전해진 후였다. PF 대출 부실에 대한 과한 우려가 예금자 불안 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이 오르고 있지만 충당금을 적립하고 신규 PF 대출을 중단하며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도 보탰다. 특히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대주단 협의체를 꾸려 공동 대응 중이라고도 강조했다.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2금융권은 '자기실현적 예언'을 걱정하고 있다. 자기실현적 예언은 경제에 관한 부정적인 예측이나 전망이 많아질수록 실제로 경기침체가 올 확률도 올라가는 현상을 빗댈 때 사용된다. 경기 전망이 부정적일 시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투자자는 투자를 꺼리며 기업은 채용을 줄이는 등 경제주체들이 부정적으로 행동해 실제 경기침체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PF 위기감이 커질수록 건전한 PF 사업장도 타격을 입으며 고객 자금 인출 등으로 이어져 2금융권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게 금융업계 우려다.
과도한 불안 증폭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당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관련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루 뒤인 12월29일 오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참석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시장안정조치를 충분한 수준으로 즉시 확대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지금은 '올해 PF 위기설' 불을 지피기보다는 질서 있는 시장안정화 조치와 부동산 PF 옥석 가리기를 주시해야 한다. 위기라고 말하면 진짜 위기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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