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허위 뇌전증 진단을 받도록 해 병역 면탈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브로커 구모(47)씨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김윤희 판사는 6일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구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13억7987만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병역 의무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적게는 백만원부터 수천만원을 대가로 취득한 후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행동과 상담 등을 상세히 코치했고 때로는 스스로 보호자를 자처하며 동행하기도 했다"며 "준비 과정에 상당한 기간을 두고 치밀하게 계획돼 죄질이 나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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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병무청 소속 공무원을 속였을 뿐 아니라 병역면탈자들에 대해서도 이미 의사를 섭외한거처럼 속였고 유명 연예인이 자신을 통해 면탈받은 것처럼 속였다"며 "범행 수익은 거액에 이르고 위와 같은 범행으로 인해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청년들은 상실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구씨는 지난 2020년 2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병역 의무를 앞둔 의뢰인들과 짜고 허위 뇌전증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게 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구씨는 의뢰인에게 뇌전증 증상을 알려주고 구청 공무원들에게 자신이 친인척인 척 전화를 해 "자살 충동을 느끼는데 어떻게 군복무를 수행하겠느냐"고 협박하는 등 적극적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아이돌 그룹 출신 래퍼 라비(본명 김원식)와 래퍼 나플라(본명 최니콜라스석배), 배구선수 조재성, 축구선수 김명준·김승준 등이 구씨의 손을 거쳤다. 이들은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며, 일부는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뇌전증은 뇌파나 MRI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오더라도 환자가 지속해서 발작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 진단받을 수 있는 질환이다. 실제 뇌파 검사로 이상이 확인되지 않는 뇌전증 환자가 약 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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