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서울 아파트 경매물건 340건...전년比 81% ↑
집값 하락 전망에 투자심리 위축, 경매시장도 관망세 확산
주택경기 반등 요인 부족해 매물증가 확산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경기 악화로 시장에 관망세가 확산하면서 경매시장에서도 매물은 쌓이는 반면 주인을 찾지 못해 유찰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와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급감한 상태다. 주택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 보니 투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매시장에 한파가 본격화하고 있다. 강남권 매물도 낙찰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인기지역의 낙찰률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 11월 서울지역 아파트 경매물건 340건...연중 최대
6일 대한민국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에서 경매로 부쳐진 아파트는 340건으로 전년 동기(188건) 대비 81.0% 증가했다.
주택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 1월 서울지역 아파트 경매물건은 125건을 기록했다. 2월에는 145건, 3월 156건, 4월 149건 등으로 상반기에는 150건 안팎을 오르내렸다. 9월과 10월 200건을 넘어서더니 11월에는 연중 최대치인 300건을 웃돌았다.
경기도와 인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달 경기도 아파트 경매건수는 749건으로 전년 동기(376건) 대비 99.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인천은 아파트 물건이 144건에서 233건으로 61.8% 늘었다.
경매시장은 상대적으로 투자수요 비중이 높다.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 감정평가액이 높다는 인식이 많다. 기존 주택시장에서 매물이 소화되지 않는 것도 경매물량이 늘어난 이유다.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는 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담보 매물을 경매로 매각할 수 있다. 재고시장에서 원활하게 처분할 수 있다면 경매시장으로 넘어오기 전에 채권, 채무 관계를 정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보니 경매로 향하는 주택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아파트의 경매 낙찰률은 지난달 23.8%로 지난 4월(16.2%)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100건 매물 중 24건만 주인을 찾았다는 것으로 전달(26.4%) 대비 2.6%p(포인트) 하락했다. 연중 최고치인 7월(36.0%)과 비교하면 12.2%p 급락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의 낙찰률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송파구 아파트는 10건 중 2건이 주인을 찾아 낙찰률 20%를 기록했다. 강남3구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서초구는 18건 중 5건으로 낙찰률 27.8%, 강남구는 18건 중 6건으로 낙찰률 33.3%를 각각 나타냈다.
◆ 투자심리 위축, 주택경기 악화...매물증가 확산 불가피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한 만큼 경매시장이 더 움츠러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방뿐 아니라 서울지역도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4주 연속 하락세다. 11월 넷째 주(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5.3으로 전주(86.4)보다 1.1p(포인트) 떨어졌다.
매매수급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이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해 수요와 공급 비중(0~200)을 지수화한 수치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200에 가까울수록 사려는 사람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고금리 장기화,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당분간 집값이 반등할 재료가 눈에 띄지 않는다.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주택 매수에 나서도 늦지 않는 셈이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경매시장에 신규 물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유찰 비중이 높아져 매물 적체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매수심리 악화, 집값 하락 등으로 관망세가 늘어 당분간 경매시장도 매물 적체 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