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해 내내 물가압박"...식품가 속앓이
풀무원·롯데·오뚜기·동아오츠카 줄줄이 인상 철회
적어도 내년 총선까진 물가안정 기조...업계 눈치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식품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이 거세지면서 연말 계획했던 가격 인상안을 잇따라 철수하며 부담 감내에 나선 것이다. 총선이 예정된 내년 4월까지는 가격 조정이 사실상 어렵다는 분위기다. 다만 인상 요인이 누적된 만큼 추후 인상 폭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 풀무원, 롯데웰푸드, 동아오츠카는 편의점 등에 알린 가격 인상안을 최근 연이어 철회했다. 오뚜기는 내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케찹, 카레, 가정간편식등 제품 24종 가격을 5~17%가량 인상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27일 취소했다.
풀무원도 내달 요거톡스타볼 등 요거트 제품 3종의 가격을 100원 인상하겠다고 편의점 등에 통보했지만 지난 28일 가격 인상을 거둬들였다. 같은 날 롯데웰푸드는 편의점 CU에서 파는 빅팜을 내달부터 기존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올릴 계획이었지만 결국 취소했다. 앞서 롯데웰푸드는 지난 9월부터 GS25에서 해당 제품을 동일한 인상률을 적용해 올린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철회로 GS25 판매 가격도 2000원으로 내리기로 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코너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동아오츠카 또한 내달부터 비타민음료 '컨피던스'의 편의점 판매가를 기존 1600원에서 1700원으로 100원 올릴 계획이었지만 식품업계 가격 인상철회가 잇따르자 지난 29일 해당 계획을 취소했다.
편의점업계도 내달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던 PB(자체브랜드) 우유 가격 인상안을 전격 철회했다. GS25는 당초 PB가공유 '춘식이우유 시리즈'(딸기·바나나·커피) 500ml의 가격을 1850원에서 2000원으로 8.1% 올리고 흰우유인 유어스925·유어스925저지방우유(925ml)·1974우유(900ml)의 가격도 인상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29일 인상 철회를 결정했다.
CU도 PB우유인 헤이루 우유 가격 인상을 놓고 고민했지만 당분간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GS25와 CU의 이번 우유가격 동결은 빙그레, 남양유업 등 PB우유 제조사와 함께 결정한 것이다. 지난 10월 우유 원유 가격 상승분을 PB우유에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이들 기업들은 이번 인상안 철회에 대해 "정부의 물가안정기조에 협조하기 위한 취지"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정부 압박에 업체들이 백기를 든 형국이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가를 향한 물가안정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달 초 과자·라면·설탕·아이스크림·우유·커피·빵 등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높은 7개 품목 물가를 관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품목별 담당자를 지정, 전담 관리를 맡겼다. 또 주요 식품업체를 순회하며 물가안정 고삐를 죄고 있다. 실제 농식품부는 지난 15일 농심을 방문했으며 23일에는 삼양라면을 찾았다. 또 지난 28일에는 빙그레와 CJ프레시웨이를 각각 방문해 물가안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같은 정부의 압박에 따라 식품업체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원가 부담을 그대로 감내해야 하는데다 가격인상에 대한 분위기 자체가 엄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예정된 총선까지는 가격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적어도 총선 직전까지는 정부가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계산이다. 다만 인상 요인이 누적된 만큼 추후 인상 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물건너갔고 내년 초까지도 가격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 "아직 정부 눈치를 보고 있지만 기업이 이윤을 포기할 순 없으니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상 시기를 미뤄놓은 만큼 4월 총선 이후에는 식품 가격 인상 폭과 그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