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강서구뿐 아니라 강남도 최고가 대비 3억~4억 하락
아파트 거래량 연초 수준으로 부진...급매물 쌓이는 주택시장
금리 부담, 집값 하락 가능성에 추가 가격조정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경기 침체로 최고가 대비 30% 넘게 빠진 급매물 거래가 늘면서 매도호가 하락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고금리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될 전망인 데다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 주택 매수심리가 악화한 상태다. 투자심리가 강한 서울 강남권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급매물 소진이 더뎌 초급매물의 경우 최고가 대비 반토막 이상 하락한 손바뀜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최고가 대비 30%는 빠져야 급매물 소진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경기 악화로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최고가 대비 30% 하락한 아파트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현대아파트는 이달 전용 59㎡가 최고가 대비 3억1000만원(41%) 하락한 4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직전 거래가는 7월 기록한 5억9000만원으로 넉 달 만에 1억6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610가구 중대형 규모로 지하철 3호선 홍제역이 300여m 떨어진 역세권 단지이지만 주택경기 한파를 이기지 못했다.
주택경기가 하락하면서 최고가 대비 30% 이상 하락한 실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김학선 기자] |
강서구 등촌동 등촌아이파크(1653가구)는 이달 전용 84㎡가 8억 700만원에 실거래됐다. 1층 매물이긴 하지만 작년 3월 기록한 최고가 12억9500만원으로 대비 37%(4억8800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거래량 부진 속에 올해 8억50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다 2019년 가격선인 7억원대를 눈앞에 둔 것이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2단지는 전용 59㎡가 최고가 대비 31%(2억5000만원) 빠진 5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2029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재건축 기대감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주택경기 하락과 관망세 확산에 가격 조정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강남권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서초구 서초동 서초극동스타클래스는 전용 84㎡가 최고가 대비 29%(5억1000만원) 하락한 12억원에 거래됐고, 서초구 방배동 방배현대홈타운1차는 전용 59㎡가 최고가 대비 27%(4억9000만원) 빠진 13억1000만원에 실거래됐다.
◆ 금리 부담, 집값 하락 가능성에 급매물 소진 부담
고금리 부담과 집값 하락 분위기에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다.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추는 수요가 늘면서 매도호가를 최고가 대비 30% 이상 낮춰야 어렵게 손바뀜되는 형국이다.
아파트 거래량이 한파가 불던 연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작년 10월 559건을 바닥으로 11월 727건, 12월 834건으로 점차 늘었다. 올해 1월에는 1000건대를 회복하더니 4월에는 3000건대로 치솟았고 7월 3588건, 8월 3848건을 기록했다. 9월 4000건대 회복을 노렸으나 3372건으로 꺾였고 10월에는 2000건대로 급감했다. 이달 거래량은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2000건대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최고 7%를 넘어섰고 연내 8% 진입이 유력하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고금리를 감내하고 주택을 매수하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5억원 주담대 대출자가 30년 만기, 연이자율 5.0%, 원리금균등상환으로 돈을 빌렸을 경우 매월 상환액이 268만원이다. 같은 조건으로 대출금리가 6.5%로 높아지면 상환액은 316만원으로 기존보다 48만원 늘어난다.
거래량이 줄면서 아파트의 하락 추세가 더 이뤄질 여지가 있다. 급매물이 소진되지 않고 쌓이면 집주인들이 매도호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매수자 우의 시장으로 변화한 만큼 층수와 조망, 채광 등의 경쟁력이 떨어진 매물은 가격 하락폭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강서구청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는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최고가 대비 30% 이상 저렴해야 대기 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어 개발호재가 부족하거나 층수, 조망 등 수요자 선호도가 떨어지는 매물은 단기간에 손바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