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얼마 전 일본 도쿄로 출장을 갔을 때, 한국과는 다른 문화에 모든 것이 낯선 즐거움을 선사했지만 단 하나 눈에 띄게 불편한 것이 있었다. '속도'였다.
현지인에 특화된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려면 족히 2,30분은 기다려야 했다. 그마저도 순서가 엉켜 먼저 주문했음에도 다른 테이블에 음식이 나오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그때 한국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편한 것인가를 느꼈다.
조민교 사회부 기자 |
한국에서 '빠르다'라면 모두가 엄지를 치켜올리는 건 인터넷이다. 해외로 여행을 가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느껴봤을 법하다. 빠르고 튼튼한 인터넷을 기반으로 정부는 아예 지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정과제로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표창하기도 했다.
그런데 체면이 제대로 구겨졌다. 지난 17일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 '새올행정시스템'과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 마비에 이어 22일 주민등록시스템 일시 장애, 23일 조달청 '나라장터' 불통에 이어 24일 모바일신분증 웹사이트 및 앱 장애까지 연달아 발생했다.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8일이나 걸렸으며 사태의 원인은 번복되기까지 했다. 당초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원인이 'L4 스위치'라고 밝혔지만 이후 라우터 장비 불량 탓인 것으로 밝혀졌다. 원인을 잘못짚은 탓에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는 데까지 시간은 더 오래 걸렸다.
원인이 규명되기 전, 성급한 태도도 비판받을 만하다. 정부는 '공공 시스템 입찰 제도'를 손보겠다고 나섰는데, 마치 정부 시스템에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바람에 해당 사태가 벌어졌다는 인식이 엿보였다.
결국 밝혀진 원인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하드웨어적 문제로, 시스템 노후화·네트워크 장비 점검이 부족했던 탓이다. 시스템 전반을 최신형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에 대기업의 지원이 필요할지는 몰라도 이를 관리·감독하는 것은 여전히 정부의 몫이다.
'미봉책'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여러 가지 종합대책을 세웠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산망 업체 선정부터 장비 관리, 행정망 시스템 관리 등 문제점을 다방면으로 면밀히 살피고 새로운 위기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재난이란 사회라는 무대 뒤편의 민낯을 일순간에 드러내는 창문'이라고 했다. 재난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기본부터 꼼꼼히 살피고, 관리해야 한다. '디지털 정부' 타이틀을 달기엔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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