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상식' 모임 "당 안 바뀌면 한 달 내 결단"
총선 이해관계 제각각...구심점 없어 '한계'
[서울=뉴스핌] 지혜진 김윤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가 세력화에 시동을 건 가운데 당내 갈등이 격화할 경우 향후 일부 의원이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공천이 불확실한 상황인데다 각 의원이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이들이 단일대오로 움직이긴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향후 비명계의 노선이 갈릴 수 있다는 예측이다.
18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지난 16일 '원칙과 상식' 모임을 출범하고 "한 달 내 당이 바뀌지 않으면 결단을 내리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원칙과 상식'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종민·이원욱·조응천·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2023.11.16 leehs@newspim.com |
이들은 연말까지 ▲당내 민주주의·도덕성 회복 ▲비전 정치 회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의 '험지 출마'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친명계 의원들은 '원칙과 상식'을 비롯한 비명계 의원들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민석 의원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당이 싫으면 나가도 된다"며 "곳곳에 꽹가리 소리다. 총선 시즌 고정 레퍼토리다. 이 당 다선의 '저 당 가능' 발언이 소신인가, 구태인가. '나는 소신, 당원은 억지' 논리는 반민주적 억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우원식 의원은 "지금 친명, 비명이니 구분하며 편가르는 논쟁을 펼치는 것은 국민의 관심사도 아닌 먹물들의 한가한 탁상공론일 뿐"이라며 "더는 불필요한 싸움을 하지 말고 진심으로 당의 미래와 민생을 위해 힘을 모으길 바란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계파 간 갈등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뿐 아니라 비명계의 구심점이 없다는 점과 총선 이해관계가 제각각이라는 점도 난관이다.
대표적인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은 당초 '원칙과 상식'에 합류하기로 했다가 번복했다. 이미 혁신을 요구할 단계가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이 의원은 12월 초까지 탈당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비명계 또 다른 중진인 설훈 의원도 모임에 합류하지 않았다. 설 의원은 해당 모임에 합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경제에 규모가 있듯 정치에도 규모의 세가 있다. 일정 규모가 돼야 자기가 주장하는 바를 관철할 수 있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며 "생산적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상황까지 기다렸다 얘기하고 행동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소모전만 될 뿐"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각 의원의 공천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비명계가 좌고우면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그(원칙과 상식) 4명이 내년 공천만 100% 확실하다 하면 모임에 참여하겠나. 당연히 안 한다"며 "공천을 받을지 탈락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일단 뭉쳐있는 것이지 만약 의기투합했다면 지금쯤 탈당해서 지역구에서 뛰거나 정당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지금 4명이 뭉쳐있지만 앞으로 어떤 정치적 결단을 할지 본인들도 사실 잘 모르는 것"이라며 "당도 아직 결정이 안 된 상황에서 공통된 행동을 하긴 시기상조이고 각자 생각도 다르다. 최악의 경우 집단 탈당하더라도 비전이 없다. 그래서 좌고우면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2월 초가 (탈당의) 마지노선이다. 공천이 본격화됐을 때 나오면 '낙천할 것 같으니 나왔다'는 논리가 성립된다"고 했다.
다만 '원칙과 상식' 의원들은 탈당과는 거리를 둔 상태다. 윤영찬 의원은 지난 17일 CBS라디오에서 "탈당에 대해 이야기한 적은 정말로 없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윤 의원은 "지금 할 수 있는건 당내에서 변화와 혁신을 촉구하고 혁신의 촉매제로 작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저희는 현재로서는 당내 혁신에 몰두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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