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국 동참 '블레츨리 선언' 발표...시작되는 AI규제
AI규제, AI산업 개화 막을까…국내 AI기업에 보호막을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미국과 유럽연합(EU) 중심으로 AI 규제 움직임이 잇따르는 가운데, AI 규제 방향성은 자국 이해관계에 맞춰 엇갈리고 있다. 네이버, SK텔레콤, KT, LG 등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AI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문가들은 한국 AI 산업 육성을 위해 글로벌 AI 규제를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국내 산업 육성 상황에 맞춰 선별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데이터 보호하려는 EU vs 우방국 협력 강화하려는 美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 제1회 AI안전정상회의(AI Safety summit)'에선 AI 기술 안전 관련 '블레츨리 선언'이 발표됐다. 이 선언에는 사이버보안, 생명공학 등의 분야에서 오용되거나 콘텐츠 조작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면, 국제사회가 협력해 이를 해결할 것을 결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중국, 영국 등 총 28개국과 EU가 참여한 이번 선언은 패권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포함된 공동선언이란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단, 이 선언은 구속력은 없어 AI 규제와 관련돼 세계 각국이 자국 내 산업 이해관계와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챗GPT와 오픈AI 일러스트 이미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현재 AI 규제와 관련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EU다. EU는 2021년부터 AI 규제법인 AIA(AI Act)를 준비했고, 올해 6월엔 AI기술을 단계별로 나눠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AI법 초안을 유럽의회서 통과시켰다.
EU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이 AI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이 없다. 이에 EU AI법은 AI 기술 육성 보단 미국 빅테크 기업에 헐값에 학습화된 데이터를 넘기지 않기 위해 보호 장벽을 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현재 AI 산업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있는 미국의 경우, AI 규제 거버넌스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한국을 비롯해 우방국들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AI 안전성 평가를 의무화 하는 것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미국 정부가 AI과 관련된 규제 장치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이번 행정명령은 AI 기술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자국 AI 산업 보호, 차별적으로 AI 규제 도입해야"
이 같은 움직임 속 우리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EU나 미국에서 주도하는 AI 규제를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여 우리나라에서 이제 막 개화한 AI 산업이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다.
초대규모 언어모델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을 소개하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사진=네이버] |
한 AI업계 관계자는 "현재 AI로 돈을 버는 곳은 엔비디아 정도이고, 챗GPT 조차도 천문학적 투자만 하고 있는 단계"라며 "AI기업엔 학습화된 데이터가 중요한데, 영어 데이터가 많은 상황에 미국 등에서 학습화된 데이터 접근 규제를 강화하면 우리 기업들 입장에선 기반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AI업계 관계자는 "AI가 발전하기 위해선 기본 학습량이 중요한데, 이 때 논문, 전문가 내용, 기사 등과 같은 전문 정보가 중요하다"면서 "전문 정보를 구매할 수 있는 자금력 있는 빅테크 사들이 우위에 설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AI기업들이 크기 위해선 우리나라가 가진 학습화된 데이터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접근하려고 하면 허들을 주는 식의 규제가 있어야 정보 균형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 정부는 지난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마련한 '디지털 권리장전'을 기반으로 AI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영국에서 개최됐던 AI 안전성정상회의 후속조치로 내년엔 우리나라가 영국과 함께 AI 정상회담의 후속격인 '미니 정상회의'를 공동 주최한다.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AI규제와 관련해 'AI산업 육성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AI 기술개발이나 서비스가 앞서가는 선진국이 AI 규제를 선도하게 되면 AI 기술 후발 국가들은 따라가기 어려워진다"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AI 산업장벽이 될 수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기업 상황에 맞춰 차별적으로 규제를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