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다툼 여지…방어권 보장 필요"
공수처 출범 후 4번째 신병 확보 불발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건설업체로부터 10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감사원 3급 간부가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는 감사원 과장 김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
이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죄사실에 있어 피의자의 지위, 피의자와 관련 회사와의 관계, 공사 도급계약의 체결 경위 등에 비춰 볼 때 피의자의 직무와 관련해 피의자의 개입으로 공사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공사 부분에 있어 피의자가 개입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고 현재까지 현출된 증거들에 대해서는 반대신문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인다"며 "뇌물 액수의 산정에 있어 사실적 내지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의자에게 반박자료 제출을 위한 충분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점을 감안할 때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2020년부터 건설·사회간접자본(SOC)·시설 분야 감사를 담당하면서 지인 명의로 회사를 만든 뒤 피감기관을 포함한 건설업체로부터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10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21년 9월 건설업체 관계자와 업무 중 해외여행을 다녀온 일이 감사원 내부 감사에서 적발돼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같은 해 10월 감사원의 수사 의뢰를 받아 지난해 2월 김씨를 정식 입건한 뒤 수사해 왔다.
공수처법상 감사원 3급 이상 공무원의 뇌물수수 혐의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해당해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다. 다만 기소권은 검찰에 있는 만큼 공수처는 수사를 마무리한 뒤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공수처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을 받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돼 불구속 기소했고 수억원대 뇌물 혐의를 받는 김모 경무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