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회장 비서실장 출신 황병우 행장 유력 거론
회추위서 '금융기관 20년 이상 종사자'로 기준 바꿔
DGB금융 "관료 출신은 회장 후보 기준 부합하지 않아"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DGB금융지주가 외부평가 기관을 선정하면서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후보군 선정을 앞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유력하게 차기 회장으로 부상하면서다. 금융권에선 황 행장 부각설의 근거 중 하나로 최근 회추위에서의 차기 회장 후보 추천 기준 변경을 의심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차기 회장 후보 추천 기준에 '금융기관 20년 이상 종사자'로 하는 조건을 담았다. 20년 이상 종사자의 전제조건인 '금융권'을 '금융기관'으로 바꾼 것인데 이를 두고 관료 출신 추천 자체를 배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이라고 하면 금융감독기관 등을 총망라하는 개념인데, (DGB금융에서) 헤드헌트에 차기 회장 자격요건을 제시하면서 금융권을 금융기관으로 한정해서 내려보낸 것으로 안다"며 "특정인을 배제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황병우 대구은행장 |
김태오 현 DGB금융지주 회장은 정관상 나이 제한 규정 뿐 아니라 2020년 캄보디아 공무원에 대한 40억원대 로비 자금 제공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으며 금융당국을 통해 간접적 용퇴 압박을 받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 김 회장의 3연임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김 회장이 비서실장 출신인 황 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황 행장은 김 회장의 비서실장을 거쳐 불과 3년 만에 상무와 전무를 거쳐 은행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지난해 말 황 행장이 대구은행장으로 내정될 당시에도 김 회장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정 후보의 유력설을 두고 '금융권에서 금융기관'으로 차기 회장 후보 추천 기준을 변경한 회추위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사외이사로 선임된 최용호 회추위원장(이사회 의장)은 황 행장의 박사논문 지도교수다.
40년간 금융권에 종사한 한 인사는 "지방금융이라고 해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DGB금융 차기 회장 후보로는 황 행장 외에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과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 등이 거론된다. 대구 출생으로 경북고를 졸업한 권 전 원장은 DGB금융 이사회 의장을 지낸 바 있다. 외부 인사지만 DGB금융 내부 사정에도 밝은 게 장점이다. 유 전 대표는 대구고와 계명대를 졸업했고 2020년 DGB금융 회장 최종 후보에 올랐던 인물이다.
최용호 회추위원장은 회추위 구성 당시 "독립적인 위치에서 회추위의 주도 하에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DGB금융 관계자는 "최근 회추위에서 '금융기관' 20년 이상 종사자로 변경된 게 맞고, 차기 회장 후보의 최소 요건"이라며 "현재 요건상 관료 출신은 (차기 회장 후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