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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에 온 렘브란트의 에칭(판화),"거장의 탁월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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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사진가처럼 에칭으로 인물 세부묘사
대구미술관 렘브란트 동판화 120점으로 전시개막
자화상과 인물초상, 풍경·성서이야기까지 망라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천재는 역시 천재다. '빛의 화가'로 불리는 거장 렘브란트는 유화는 물론 판화에서도 놀라운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화가 렘브란트의 동판화(에칭)들이 대구에 왔다. 대구미술관은 2023년 해외교류전인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를 10월31일 개막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렘브란트 판 레인 '돌난간에 기대어 있는 자화상'. 1639. 에칭,드라이포인트. 렘브란트는 동판화를 제작한 후 이듬해 똑같은  이미지로 유화 자화상도 완성했다. 유화는 좌우가 바뀌어 있다. [이미지 제공=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구가했던 렘브란트 판 레인(1606~1669)은 서양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초상화가로 꼽힌다. 그런데 그는 판화가로도 뛰어난 역량을 보였음을 대구에 온 작품들이 확인해준다. 다수의 미술사가들이 "렘브란트 이후 '판화의 역사'가 다시 쓰였다"고 할 정도로 렘브란트는 판화, 특히 동판화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이번 렘브란트 동판화 전시는 대구미술관이 네덜란드의 렘브란트순회재단과 벨기에의 판화전문 미술관 뮤지엄 드리드(Museum de Reede)의 협력 하에 열리게 됐다.

렘브란트의 동판화 120여 점이 한꺼번에 대구미술관에 내걸린 것은 의미가 적지않다. 400년 전 에칭 원판을 찍은 판화이다 보니 작품이 A4용지 보다 작거나, 손바닥 만한 사이즈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렘브란트의 본격적인 유화 작품들이 그의 끈질긴 동판화 작업과 에칭 습작을 통해 갈고 닦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어 놓쳐선 안될 전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렘브란트 '사스키아와 함께 한 자화상'. 1636. 가장 유명한 초기 자화상이다. 화가인 자신을 당당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2023.10.30 art29@newspim.com

렘브란트는 평생 300여 점에 달하는 판화를 남겼을 정도로 판화작업에 열과 성을 쏟았다. 야외로 스케치를 나설 때도 에칭 판을 따로 갖고 다녔을 정도로 판화작업에 '진심'이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로 명명된 것은 사진기 뺨치는 렘브란트의 예리한 포착력과 절묘한 묘사력 때문이다. 사진이 발명되기 2세기 전에, 화가는 마치 카메라 렌즈와도 같은 시선으로 17세기 세상과 풍경, 당시 인물들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렘브란트가 위대한 것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미화하거나 과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록 주문을 받아 제작한 인물초상이라 할지라도 가감없이 표현했다.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는 키아로스쿠로 기법으로 잘 알려진 그는 위대한 인물일수록 그늘까지 담아내려 했다. 또한 거지, 낭인 등을 즐겨 대상으로 삼아 인간의 여러 단면을 포착했다.

렘브란트는 판화작업에서도 뛰어난 작가적 역량으로 대상의 특징을 절묘하면서도 속도감있게 뽑아내 역시 거장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술관측은 렘브란트의 동판화 120점을 자화상/거리의 사람들/성경 속 이야기/장면들/풍경/습작/인물·초상 등 모두 7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소개한다. 7개의 카테고리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자화상과 인물·초상화다. 작가로서 그만큼 인물 표현에 가장 관심이 많고, 열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렘브란트 판 레인 '부드러운 모자를 쓴 자화상' 1634. 에칭. [이미지제공= 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다음으로 성서 속 이야기를 다룬 작품과 풍경 작업은 마치 연극무대를 보듯 드라마틱하고 입체적이다. 풍경 연작은 저 멀리 풍차가 돌아가고, 늪지에 드리운 아름드리 나무들과 크고 작은 집들이 어우러져 풍경화의 묘미를 선사한다.    

대구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렘브란트의 삶과 예술을 조망하고, 그 빛과 어두움, 무엇보다 그의 '세상을 향한 시선'을 함께 돌아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즉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 세상과 인간을 작가적 시선으로 관찰하고 표현했던 위대한 화가의 진면목을 다양한 작업을 따라가며 음미했으면 하는 것이다.

◆자화상의 대가다운 렘브란트의 판화 자화상

17세기를 통틀어 렘브란트만큼 자화상을 많이 그린 화가는 흔치 않다. 그의 자화상 작품들은 젊은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가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늙어갔는지를 가늠케 한다. 그렇다면 렘브란트는 왜 그리도 자화상에 올인했을까? 

카메라가 없었던 시기 화가에게는 자신의 얼굴이 가장 손쉬운 연습용 모델이었다. 렘브란트는 네덜란드의 레이던에 머물던 시절, 자신의 모습을 주로 그렸다. 2개의 거울을 앞에 두고 행복, 분노, 공포 등 다양한 감정을 낚아채 이를 에칭으로 표현했다. 이같은 내밀하고 끈질긴 훈련은 그가 훗날 '훌륭한 스토리텔러'로 발전하는데 귀중한 자양분이 됐다.

또 그 당시 손바닥 크기만한 자화상 판화는 '명함' 역할도 했다. 자신에게 초상을 의뢰한 사람에게 또는 작품구매자에게 렘브란트는 직접 그린 자화상 판화를 명함처럼 건넸다고 한다. 이를 받은 사람은 물론 크게 반겼을 듯하다. 

렘브란트의 초기 판화 자화상 중에는 '모자를 쓰고 웃는 자화상'(1630)과 '부드러운 모자를 쓴 자화상'(1634), 그리고 '사스키아와 함께 있는 자화상'(1636)이 이번 대구미술관 전시에 왔다. 1630년경 렘브란트는 여러 감정을 보여주는 작은 자화상 동판화를 다수 제작했는데, 그는 이 자화상들을 나중에 성서나 역사의 장면을 그릴 때 인물 표정과 감정을 표현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했다. 

렘브란트는 자신의 아내이자 뮤즈였던 사스키아도 즐겨 그렸다. '사스키와 함께 있는 자화상'(1636)은 사스키아와 결혼한 후 2년 뒤 그린 그림으로 부부가 함께 등장하는 유일한 판화다. 16세기 스타일의 챙 넓은 모자를 쓴 렘브란트 곁에 사랑스런 아내 사스키아를 배치했다. 이 작품에서 자신을 호기로운 화가로 표현한 반면, 아내는 마치 아기처럼 작고 해맑게 표현해 대조적이다. 초창기 자화상 중 가장 유명한 자화상이다.

'돌난간에 기대어 선 자화상'(1939)은 렘브란트가 서른세 살 때 그린 에칭 자화상이다. 암스테르담의 브리스트라트에 새 집을 구입했을 때의 모습으로, 화려한 옷차림에 벨벳 모자를 쓰고 난간에 팔을 얹은채 당당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거장 라파엘로와 티치아노의 초상화를 참고한 작업으로, 작품이 맘에 들었는지 화가는 1년 뒤 이 자화상을 유화로 다시 그렸다. 이 작품은 후대에 많은 화가들이 모사했을 정도로 빼어난 수작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렘브란트 판 레인 '잠든 여자 한명과 두 명의 여자'. 1637. 에칭. 렘브란트는 아내이자 작업의 뮤즈인 사스키아를 즐겨 그렸다. [이미지제공=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뮤즈였던 아내를 끝없이 그린 렘브란트 

'진주 머리장식을 한 사스키아'(1634)는 렘브란트와 사스키아가 1634년 6월 결혼식을 올릴 무렵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판화다. 렘브란트는 이 작품에서 사스키아를 매우 섬세하고 다정하게 묘사했다. 2년 뒤 작품인 '사스키아와 다른 사람들'(1636)은 중앙에 보이는 여인은 물론 주변의 두상 스케치 역시 사스키아로 보인다. 결혼한 지 2년이 지난 당시 그녀의 나이는 스물네 살이었다. 사스키아가 렘브란트의 영감의 화수분인 '뮤즈'였다는 것은 다양한 회화, 에칭, 드로잉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잠든 여자 한 명과 두 명의 여자'(1637)는 에칭 판을 습작에 사용하곤 했던 렘브란트의 면모를 확인해주는 작품이다. 화가는 빠르게 스케치한 일상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관찰 등 다양한 장면을 동판 위에 그려넣었다. 그런 다음 이를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종이에 찍어냈다. 이런 습작활동을 통해 렘브란트는 작가적 훈련을 쉼없이 이어갔는데 상당수 작품에서 아내인 사스키아가 등장한다. '잠든 여자..' 중 병상에 누운 여성은 아내의 모습이다. 이 때는 사스키아가 아들 티투스를 낳고 매우 병약해졌던 시기다. 이후 사스키아는 서른도 안돼 세상을 떴다.

◆풍경화에서도 탁월한 솜씨 발휘한 거장

렘브란트의 풍경 판화는 1640년에서 1653년 사이에 제작됐다. 사스키아가 죽자 렘브란트는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사생했다. 암스텔 강을 따라 도시를 벗어나 들판을 누비곤 했던 그는 그림을 그릴 종이 외에도 동판을 가지고 다니며 에칭작업을 했다.

네덜란드의 상징인 풍차가 등장하는 '풍차'(1641) 등 사실적 풍경화가 주류를 이루지만 간혹 상상에서 비롯된 풍경도 있다. 몇몇 풍경 판화에는 산악지대가 등장하는데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참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풍경 판화에는 인상적인 나무들 뿐만 아니라 사람과 동물 등 다양한 요소들이 등장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렘브란트 판 레인 '시골집 세 채가 있는 길가 풍경', 1650. 에칭, 드라이포인트,16.2×20.3㎝ [이미지제공=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시골집 3채가 있는 길가 풍경'(1650)은 풍경 판화 중 가장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과감한 대각선 구도로 높이 솟은 나무와 오두막 3채를 그려낸 이 작품에서 렘브란트는 나무 등의 표현에 드라이포인트 기법을 사용했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렘브란트의 '성서이야기'판화

당대 최고의 실력파 화가였기에 렘브란트에게는 성경 속 장면을 그려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십자가에서 내림'(1633)은 비교적 큰 사이즈(53×41㎝)의 판화다. 이 작품은 렘브란트의 다른 에칭들과 달리, 자신의 유화를 복제한 판화로, 십자가에서 내려지고 있는 예수와 슬퍼하는 이들 뒤로 예루살렘의 성벽이 보인다. 루벤스의 대표작인 앤트워프 대성당 제단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렘브란트 판 레인 '십자가에서 내림' .1633 에칭, 뷰린, 53×41㎝ 루벤스의 그림에서 영향을 받아 제작한 그림이다. 이례적으로 원화를 먼저 그린 뒤 판화를 나중에 제작한 사례다. [이미지 제공=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이 판화는 미술품 딜러인 헨드릭 아윌렌뷔르흐가 출판한 판화집에 수록됐다. 레이던 출신인 렘브란트는 암스테르담에 처음 입성했을 때 그의 집에서 지냈는데, 그곳에서 헨드릭의 조카딸인 사스키아를 만나 결혼한다. 

'아담과 하와'(1638)는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고 추방당하는 아담과 하와를 묘사한 작품이다. 너무나 잘 알려진 창세기 속 스토리를 렘브란트는 여타 화가들과는 달리 아담과 하와를 늙고 주름진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상적인 청춘의 모습이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으로 표현했기에 당시에 논란이 많았다.

'아브라함의 희생'(1655)은 아들 이삭을 신께 제물로 바치려는 순간 극적으로 천사가 나타나 아브라함의 팔을 붙잡는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판화다. 또 '착한 사마리아인'(1633)은 길에서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된 사람을 모두가 외면하는데 사마리아인이 여관으로 데려가 돌봐주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다. 렘브란트는 사마리아인이 여관에 도착하는 장면 앞에, 배변하는 개를 커다랗게 그려넣어 놀라운 현실감을 더했다. 두둑한 베짱이 아니고선 그같은 시도는 하기 힘들었을 법하다. 많은 논란을 불러왔던 이 그림은 작가 사후 여러 작가들, 특히 프랑스 화가들에 의해 모사됐다.

◆숭고한 인간애를 느끼게 하는 인물·초상

렘브란트는 젊은 여성, 지인들, 노인 등 수많은 사람들의 초상을 판화로 제작했다. 이 판화들에서도 자신의 특기인 강렬한 명암대비 등의 효과를 자주 시도했다. 당시 수집가들 사이에 렘브란트의 이같은 얼굴 판화(트로니)는 수요가 제법 높아, 트로니만 거래하는 시장이 형성되기도 했다. 작품 속에 작가의 개성과 인간미가 배어있는 데다, 소장가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렘브란트 판 레인 '갈라진 털모자를 쓴 늙은 남자' , 1640 에칭, 드라이포인트, 15×14.7㎝ [이미지제공=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갈라진 털모자를 쓴 늙은 남자'(1640)는 독특한 모자를 쓴 노인을 세밀하게 묘사한 인물화다. 머리 부분에 비해 비교적 간결하게 표현된 손은 가슴에 올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는 이 작품의 카운터프루프 버전이 함께 나와 비교하며 감상하도록 했다. 카운터프루프(Counterproof)는 판화를 찍은 다음,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종이 위에 새 종이를 올려서 얻은 '좌우가 반전된 판화'를 가리킨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렘브란트 판 레인 '유대인 신부' 1635. 에칭, 드라이포인트, 뷰린, 21.9×16.8㎝ [이미지제공=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유대인 신부'(1635)는 렘브란트의 어머니가 모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렘브란트는 20여 점의 공식 초상화를 판화로 제작했다. 렘브란트의 초상화 속 인물은 작가와 대부분 사적인 관계였다. 간혹 의뢰를 받아 초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설교자 얀 위텐보해르트를 모델로 한 작품이 그 예다. 렘브란트는 이 초상에 엄청난 공력을 들였다.

렘브란트는 1630년대초 노인 연작을 여러점 완성했다. 그 중 '풍성한 수염의 늙은 남자'(1630)는 긴 수염의 노인을 그린 판화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연습용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역사적 인물 내지는 성경 속 인물을 연상시켜 미술애호가들 사이에 인기가 꽤 높았다.

'아브라함 프란센, 약제사'(1657)는 암스테르담의 약제사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프란센을 그린 초상 판화다. 렘브란트의 절친한 친구로, 작가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준 사람이다. 이 초상화가 친한 친구를 위해 선물로 제작되었는지, 또는 주문에 의한 작품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열렬한 미술품수집가였던 프란센의 성향이 작품 곳곳에 반영돼 흥미롭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렘브란트 판 레인, '목욕하는 다이아나' 1631. 에칭 ,17.8×15.9㎝ [이미지제공=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벽에는 세폭짜리 제단화와 그림이 걸려 있고, 탁자에는 판화와 드로잉 작품을 보관하는 화보집이 놓여있다. 심지어 왼쪽 구석에는 작은 불상도 있어 당시 국제무역이 본격화된 암스테르담의 상황을 유추케 한다. 렘브란트는 프란센의 직업을 상징하는 두개골과 의약용 항아리도 그려넣었다.

그리스신화를 차용한 '목욕하는 다이아나'(1631)는 사냥의 여신 다이아나가 숲에서 목욕하던 중 침입자를 발견했는지 어깨를 돌려보는 순간을 그린 작품이다. 어깨 너머로 관람자를 응시하고 있는 앵글이 당시로선 꽤나 획기적이었다.

◆전형성을 벗어나 삶의 결정적 장면에 주목

렘브란트는 인물, 풍경, 정물, 동물 등 모든 분야에 능수능란했다. 글을 읽고 이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상상력도 뛰어났다. 특정한 스토리에서 주인공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할 것인지 잘 포착해냈을 뿐 아니라 주변 인물과 동물같은 조역들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게다가 뻔한 전형성을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드러내고자 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렘브란트 판 레인 '아브라함 프란센, 약제사' 1657. 에칭. [이미지제공=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팬케이크 굽는 여자'(1635)는 17세기 네덜란드 서민 여성이 집 마당에서 팬케이크를 굽는 모습을 재기 넘치게 표현한 판화다. 한 아이는 팬 안쪽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고, 맨 앞의 작은 아이는 강아지에게 팬케이크를 뺏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돼지'(1643)는 렘브란트의 판화 중 가장 시니컬한 작품이다. 다리가 꽁꽁 묶인 커다란 암퇘지가 어느 집 앞에서 죽음의 순간을 맞고 있다. 돼지 뒤에는 도끼와 칼을 든 도축업자가 서있고, 그 옆에는 한 소년이 돼지 방광을 손에 들고 있다. 곧 축구공 차듯 이를 갖고 뛰놀 참이다. 17세기에는 도축업자들이 가축 주인의 요청을 받고 집으로 찾아가 도축을 해주곤 했는데 동네 주민과 아이들에겐 한판 볼거리였다. 이같은 장면을 그린 회화들이 오늘날 많이 전해지는데 대개는 도살장면을 묘사한데 반해 렘브란트는 운명의 시간을 기다리는 돼지를 전면에 크게 배치하고, 세밀히 묘사했다.

렘브란트는 책의 삽화를 위해 일상의 여러 장면을 판화로 남겼다. 쥐 잡는 사람, 양치기 소녀를 유혹하는 피리 연주자의 모습 등이 그것이다. 한편의 우화같은 이들 판화는 단순해 보이는 정경에 위트와 페이소스가 곁들여진 것이 특징이다. 

'눈먼 바이올린 연주자'(1631)는 렘브란트의 인간애를 보여주는 판화다. 끈으로 묶은 개를 옆에 둔 것으로 보아 바이올린 연주자가 시각장애인임을 알 수 있다. 이 무렵 렘브란트는 거리의 낭인과 거지들을 소재로 판화 여러 점을 제작했는데, 저으기 신산스런 가운데 사회적 약자를 향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대구미술관에서의 렘브란트 판화전은 2024년 3월 17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 1000원을 내고 입장하면 대구미술관이 개최 중인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윤석남'과 '이성경:짐작하는 경계', '어미홀프로젝트 칼 안드레'(12월31일까지) 전시를 모두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 휴관. 대구국제아트페어(11월2~5일) 기간 중에는 동대구역과 엑스코, 수성못을 오가는 '대구시티투어'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된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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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업무보고 논란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청와대 영빈관에서 5일 열린 외교·안보 분야 정부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과 업무보고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정 장관의 발언 중에는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있는가 하면 사실 관계에 맞지 않은 설명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신중을 기해 달라고 경고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상주의적 희망에 근거한 비현실적 구상'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그동안 정 장관의 대북 정책 관련 발언이 물의를 빚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대통령과 유관 부처 장관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 장관의 무리한 대북 접근법과 월권을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2026.07.23 ◆통일부 장관 권한 넘어선 주장 정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을 설명하면서 이재명 정부 2년차 핵심 과제로 상호 존중·평화적 갈등 해결·핵 없는 한반도 등 3대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면서 주적 용어 대체를 주장했다. 지난 25년간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구도는 이미 무너졌다고도 했다. 또 "현 시점에서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는 데 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또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논의에 착수하겠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견인과 함께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구상에 대부분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평화공존 정책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많이 조심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는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몰아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에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게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냐, 결론적으로 약간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언급한 '4자 회담'에 대해 "이상주의에 근거한 어떤 희망이라 하더라도 그건 아직 조율되지 않은 방법"이라며 "여러분들께서 디스카운트해 주시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에서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조 장관은 "그것은 외교부의 몫"이라며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잘랐다. 정 장관이 이날 소개한 대북 구상과 설명은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주적 표현 대체와 국호 사용, 9·19 군사합의 복원, 4자회담 추진 등은 통일부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어서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업무보고를 듣고 난 뒤 "여기 업무보고에 발표했다고 승인난 건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정 장관의 발언 내용은 대부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 아닌 정 장관의 개인적 생각에 가깝다"며 "안보 관련 부처 장관이 정부의 공식 정책이 아닌 사안을 추진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하고 대통령의 면전에서 '국군통수권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 외교 국방 등 외교 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6.08.05 ◆시대착오적 접근, 대북 인식 오류 더욱 문제인 것은 정 장관의 이같은 주장이 현 시점에서 이미 참고가 될 수 없는 과거의 경험 또는 사실과 다른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이 주장하는 구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전략과 한반도 및 국제 정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 장관이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언급한 것은 지금까지의 대북 접근법을 호도하고 있다. 북핵 위기 발발 이후 지금까지 모든 핵 협상에서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에 선비핵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한·미가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는 핵시설 동결과 중유 제공의 교환이었다. 2005년 9.19 공동성명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모든 단계에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적용됐다. 대북 협상에 관여했던 한 전직 관료는 "모든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한·미가 제공하는 상응조치를 어떻게 정교하게 배열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서 "정 장관의 발언은 지금까지 한·미가 북한에 먼저 핵을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정책을 고수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지난 25년간의 CVID 구도가 무너졌다"고 말한 것도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어떤 명칭을 붙이든 핵을 제거한 뒤 이를 검증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하는 것은 비핵화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기본적 절차"라며 "CVID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검증도 하지 않고 언제든 되돌릴 수 있도록 합의하자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8.05 gdlee@newspim.com ◆안보 리스크 키우는 통일부 장관 정 장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와 외교부를 제치고 통일부가 북한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단독 질주를 거듭해왔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변형한 '평화적 두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무시했다. 외교부가 미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한반도 정책과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며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파탄 원인이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는 국제정세를 감안하지 않고 남북대화 재개에만 초점을 맞춘 비현실적 내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부 내 조율도 거치지 않고 독자 대북제재인 5·24 조치를 해제하고 9·19 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 4월에는 평안북도 구성시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은 이 발언을 계기로 한국과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이 조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이 이처럼 정부의 공식 결정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부 정책인 것처럼 주장하며 좌충우돌하는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북한 문제에서 조기에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조급증과 자신의 존재감 과시 욕구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정 장관이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였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는 것을 들어 "정 장관이 아직도 이 대통령을 아랫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를 오래 다뤘던 전직 관료 출신의 한 전문가는 "정 장관 취임 후 지금까지의 언행은 잘못된 현실 인식에 따른 독단과 앞서 가기, 월권 등으로 점철돼 있다"면서 "통일부 장관이라는 중요한 직책에 있으면서 스스로 안보 리스크를 키우는 역할만 했다"고 비판했다. opento@newspim.com 2026-08-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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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경상수지 최대 흑자 [서울=뉴스핌] 박가연 기자 = 지난 6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품목 수출 호조로 월간 상품수출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선 영향이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전월(386억1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한 것은 상품수지다. 6월 상품수지는 478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를 다시 썼다. 국제수지 기준 상품수출은 112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4.5% 증가하며 월간 기준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상품수입은 644억8000만달러로 38.6% 늘었다. 통관 기준으로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96.9% 급증했고 컴퓨터·주변기기(SSD)는 282.7% 증가했다. IT 품목 수출은 160.4% 늘었으며 비IT 품목도 ▲석유제품(47.5%) ▲화공품(18.6%) ▲철강제품(17.9%) ▲승용차(6.1%) 등을 중심으로 18.6% 증가했다. 통관 기준 수입은 ▲원자재(30.5%) ▲자본재(35.3%) ▲소비재(16.4%)가 모두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10억9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외국인 입국자 증가와 유류할증료 인상 등에 따른 출국자 감소로 4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전월 흑자에서 4억4000만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3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월(21억7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배당소득수지는 배당수입이 늘어난 데다 전월 분기배당에 따른 기저효과로 배당지급이 줄면서 25억6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6월 중 467억1000만달러 증가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였던 올해 3월(369억9000만달러)을 넘어선 것이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80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46억3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차익실현 매도 등의 영향으로 316억1000만달러 감소하며 전월(-310억5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는 세계국채지수(WGBI) 자금 유입에도 분기 말 만기도래 영향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 5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3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eoyn2@newspim.com 2026-08-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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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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