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에서 지갑을 분실해도 회수율이 77.8%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열에 여덟은 주인에게 돌아온다는 얘기다.
중국 저장(浙江)대학교의 연구팀은 지난 4년간 200여명의 중국 내 각 대학 학자들로 이뤄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수행한 행동경제학 실험 결과에서 이 같은 데이터를 얻어냈으며, 해당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해 최근 미국아카데미저널(PNAS)에 발표했다고 중국 환구시보가 23일 전했다.
해당 실험은 2019년 6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전 세계 시민 정직도 조사'라는 논문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당시 미국 미시간대와 스위스 취리히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등으로 구성된 국제연구진은 세계 40개국, 355개 도시에서 지갑 1만7000개를 놓아두고 주운 사람의 반응을 살폈다.
현금이 있는 지갑과 현금이 없는 지갑으로 구분해 실험은 진행됐다. 평균적으로 현금이 있는 지갑은 51%, 현금이 없는 지갑은 40%가 회수됐다.
스위스에서는 79%의 현금지갑 회수율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미국의 현금지갑 회수율은 57%였다.
페루, 카자흐스탄, 케냐, 모로코 등에 이어 중국이 꼴찌를 차지했다. 중국에서는 현금이 든 지갑은 22%, 현금이 없는 지갑은 7%가 회수되는데 그쳤다. 당시 조사에서 한국과 일본은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조사 결과는 당시 중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으며, 많은 이들이 '결과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에 중국인 학자들은 해당 논문이 습득자가 지갑에 있는 명함의 이메일로 연락한 사례의 비율을 지갑회수율로 계산했음을 지적하며, 중국과 서방 국가들의 문화 차이를 고려하지 않아 오류가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중국의 학자들은 자발적으로 연구팀을 구성해 중국 내 10개 도시 500여개 지점에서 4년간 실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이메일 연락을 한 비율은 27.4%로 2019년 발표논문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실제 지갑회수율은 77.8%에 달했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분실지갑을 습득한 후 분실자가 지갑을 찾으러 올 것임을 고려해, 분실자가 찾으러 올 만한 곳에 지갑을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에서 습득한 이는 지하철 직원에게 지갑을 맡겼고, 쇼핑센터 습득자는 쇼핑센터 직원에게 지갑을 맡겼다. 직원들은 지갑을 보관하고 지갑주인이 찾으러 오길 기다린다는 것이다. 결국 지갑회수율은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분실자가 찾으러 올만한 지점을 알 수 없는 곳에서는 지갑 습득자가 지갑에 들어있는 명함 이메일로 연락을 해왔다. 결국 중국에서 지갑분실시 회수율은 77.8%라는 것이 연구팀의 결과물이다.
연구팀은 중국에는 집단주의 문화, 서방에는 개인주의 문화가 존재하며, 중국의 경우는 소극적으로 분실물 보관 후 분실자가 찾으러 오기를 기다린다면, 서방 세계는 습득자가 자발적으로 분실자에게 연락을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논문을 주도한 저우신웨(周欣悦) 저장대 교수는 "시민의 정직도를 측정하는 유일한 지표로 이메일 응답률을 사용하는 것은 문화적 원인으로 한계가 있다"며 "이번 조사 결과가 중국인들의 정직함을 증명하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우신웨 저장대 교수[사진=환구시보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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