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영남과의 헤어질 결심' 할 수 있어야"
與 위기로 '尹 신당' 꾸준히 거론...김한길 급부상
"盧, 민주당으로 승리했지만 깨고 나가 만들어"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전까지 위기를 인정하지 않던 국민의힘 내에서 김기현 당대표를 제외한 주요 당직자가 전원 사퇴하고 '인요한 혁신위원회' 출범을 결정하며 여권이 출렁이고 있다.
내년 총선 위기론의 주인공은 국민의힘이지만 정가의 눈은 용산 대통령실로 쏠린다. 여권의 위기 상황에서는 늘 예전 청와대, 지금의 대통령실발(發) 정계 개편론이 부상해서다.
이른바 '윤석열 신당' 창당설이 꾸준하게 회자되는 상황에서 비대위원회 전환 후 당 간판을 바꾸는 '간판 교체론'과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빅텐트 확장론'이 거론되고 있지만 또 하나 주목할 창당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독자 창당론'이다.
여의도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은 23일 발표된 '인요한 혁신위' 체제에 의문점을 표하면서도 노무현식 창당 시나리오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가능성의 핵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영남과의 헤어질 결심'을 할 수 있겠냐"을 꼽았다.
[성남=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윤석열 대통령. 2023.10.21 mironj19@newspim.com |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선풍적 인기를 끌며 제16대 대선에서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승리했다. 2003년 2월 취임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의 대북송금 사건이 터지자,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이 주도한 특검을 수용했다.
김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인 동교동계의 반발이 거셌고, 지지 기반인 호남권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친노(친노무현계) 의원들과 동교동계의 갈등은 심화됐고, 2003년 9월 친노 의원들과 김부겸 전 총리, 김영춘 전 의원 등 한나라당 내 옛 민주계 의원 5명을 주축으로 열린우리당이 만들어졌다. 이후 노 전 대통령도 신당에 합류했다.
2004년 3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주도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 달 뒤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이 불며 열린우리당은 152석이라는 절대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승리했고 그해 5월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위기에 빠진 윤 대통령의 신당 창당설이 꾸준히 거론되는 것은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남은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이유가 있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의 길'은 후보 시절 보수 빅텐트를 추진했으나 쉽지 않았던 경험이 있고 지금의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가 높지 않은 현실에서 윤 대통령이 살펴 볼 수 있는 카드다. 대통령의 이름을 전면에 건 신당은 사실상의 재신임 여부를 묻으면서 정국을 정면돌파 할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박성민 민컨설턴트 대표는 통화에서 "가장 쉬운 건 김기현 대표 체제로 가면서 혁신위, 조기 선대위 등의 수순이지만 결국 연말에 이대로 되겠냐는 아우성들이 나올 것"이라며 "그럴 때 비대위가 상식인데 그러려면 그간 국정 실패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고 또한 전당대회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 멘토'로 후보 시절부터 꾸준히 소통해 온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윤 정부 출범 전후부터 현실 정치에 밝은 정치학자 등 다양한 인사들과 꾸준하게 교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2023.04.24 hwang@newspim.com |
그러나 '노무현의 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한 라디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만들었을 때 대통령의 지지도가 굉장히 낮았지만 탄핵과 탄핵 역풍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에서 152석이라는 성공을 했다. 그런데 지금 그런 게 있느냐"고 꼬집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같은 날 한 라디오에서 "이미 강서 선거 패배로 동력을 상실했다"며 "그리고 이미 국민의힘은 윤석열당"이라며 '윤석열 신당' 성공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민생 중심의 국민 소통을 통해 30%대에서 정체해 있는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과 함께 국민의힘의 기반인 '영남을 버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조언도 있었다.
박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으로 승리했지만 승리한 민주당을 깨고 나가 만들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국민의힘이 영남을 다 버리고 새로 만든다는 뜻"이라며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동력이 있느냐, 지지 기반이 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 지지율만 갖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 4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틀어지자 관계자가 바로잡고 있다. 2023.04.17 leehs@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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