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품종 젖소 확대하고 단백질 우유로 '운동족' 공략
위기 몰린 유업체, 프리미엄 라인 속속 확대
2026년 수입 우유 완전 개방에...경쟁력 강화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유업계에 우유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단백질 우유, A2 우유 등 프리미엄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유 소비 감소와 2026년 유제품 시장 개방 등 국산 우유의 위기를 앞두고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연세우유는 이달 '세브란스 전용목장 A2단백우유'를 새롭게 선보였다. 'A2우유'는 'A2 단백질'을 보유한 젖소에서 얻은 원유로 만든 고급 우유다.
서울우유도 'A2우유' 출시를 앞두고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달 '서울우유 A2+', '서울우유ABC우유', '서울우유 A2 milk', '서울우유 A2플러스' 등 A2우유 관련 상표권을 등록했다. 지난해 A2우유 준비에 착수해 연내 출시를 계획했지만 일정이 지연돼 내년 상반기 쯤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서 시민들이 유제품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A2우유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업체들이 출시 경쟁에 나선 것이다. 관련해 뉴오리진(유한건강생활)이 수입 판매하는 호주산 'A2밀크'의 경우 영유아 가정에서 인기를 끌며 국내 출시 2년여 만에 누적판매량 100만개를 넘기기도 했다.
A2 우유는 모유와 흡사한 단백질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일반 우유 대비 소화 흡수율이 좋은 것이 장점이다. 국내 시판되는 우유 대부분은 A1우유 또는 A1우유와 A2우유가 혼용된 제품이다. A2우유는 이 중 A2유전자를 보유한 젖소를 선별해 얻은 원유로 만든 것으로 젖소 품종 확보 및 관리 등이 요구되는 것으로 알려다.
단백질을 보강한 고급우유도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2월 '소화가 잘 되는 우유 단백질'을 출시했다. '막 여과 공법'(Ultra-Filtration)으로 1.5배의 원유를 농축해 단백질은 강화하고 유당은 걸러낸 점이 특징이다. 남양유업도 지난 5월 '맛있는 단백질우유'를 선보였다. 근감소증을 고려한 사코밸런스 복합물을 배합하고 유산균 발효유청·저분자 가수분해 단백질을 사용한 제품이다.
유업체들이 최근 우유 고급화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국산 우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오는 2026년이면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 관세가 0%가 된다. 저렴한 외국산 우유가 무관세로 들어오면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국산 우유의 경쟁력이 빠르게 저하될 수 있다. 이미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3만1462t으로 2017년(3440t) 대비 9배가량 급증했다. 올해에는 1월부터 8월까지는 2만5427t이 국내로 들어왔다.
외국산 수입 우유 공세로 유업계 위기감이 고조되자 업체들도 고급화 전략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격대는 비교적 높지만 기능과 품질을 극대화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고객층을 넓히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 100%로 만드는 흰 우유 제품은 이미 품질이 상향평준화 됐기 때문에 사실상 차별성이 크지 않다"며 "멸균우유 수입도 계속 늘고 있어 국산 우유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