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7% 하락해 지난해 말 이후 최대 약세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저사양 AI 포함 악재
엔비디아 "단기적으로 실적에 큰 영향 없어"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가 17일(현지시간) 장중 6% 넘게 하락하며 지난해 말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며 엔비디아의 저사양 인공지능(AI) 칩도 규제 대상에 포함한 여파다.
엔비디아는 미국 동부 시간 오전 10시 57분 전장보다 4.16% 내린 441.76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엔비디아는 424.80달러까지 밀리며 지난해 12월 27일 이후 가장 큰 폭의 약세를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 들어 201% 넘게 폭등했다.
이날 엔비디아의 두드러진 약세는 미국 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대상에 저사양 AI 칩을 추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사진=블룸버그] 2023.10.18 mj72284@newspim.com |
지난해 바이든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 기술로 개발한 첨단 반도체 장비와 AI 칩의 대중 수출 규제를 발표했는데, 엔비디아는 이 규제를 피할 수 있도록 사양을 낮춘 'A800'과 'H800'을 중국 수출용으로 내놨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저사양 AI 칩의 대중국 수출을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의 '구멍'(loophole)으로 보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이날 규제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수출 통제 대상에 저사양 AI 칩을 추가하면서 엔비디아의 'A800'과 'H800'은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현재 정부의 허가 없이 고사양 AI 칩을 중국에 수출할 수 없는 엔비디아와 인텔 등 반도체 업체들은 저사양 AI 칩을 수출하려고 할 때도 정부에 신고해야 하며 정부는 판매를 거부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모든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 동시에 다양한 산업에 걸쳐 수천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 제품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를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실적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른 반도체 업체 주식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각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는 0.89% 내렸으며 인텔과 마벨 테크놀로지도 각각 1.96%, 1.12% 밀렸다. 브로드컴은 2%대 약세를 기록 중이다.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주가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데 램리서치와 KLA는 각각 0.54%, 1.47%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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