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 유지 강조
재정건전성 측면에 대해 긍정 평가
부채 축소 필요하나 속도 조절 필요
[마라케시=뉴스핌] 이경태 기자 =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13일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낮춘 것은 기술 사이클, 중국 영향,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한 결과"라고 말했다.
크리슈나 IMF 아태국장은 13일(현지시간) 오전께 모로코 마라케시 G20 재무장관회의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 "통화정책 긴축 기조로 유지…금리 낮춰선 안돼"
크리슈나 아태국장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당초 대비 낮춘) 2.2%로 조정한 것은 먼저 기술 사이클 때문"이라며 "기술에 대한 수요 변화 등 사이클 전환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된 영향도 있는데, 한국은 특히 중국과 통상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어 중국의 회복이 한국의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나머지 한 요소로 한국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국내 조치들이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전했다.
[마라케시=공동취재단] 크리슈나 스리나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이 13일(현지시간) 오전께 모로코 마라케시 G20 재무장관회의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 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
그는 "내년에는 기술 사이클이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성장률도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크리슈나 국장은 "한국은행은 적절한 통화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아직도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제가 권고한 것은 앞으로도 계속 이같은 통화 정책을 긴축 기조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다양한 상승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금리를 섣부르게 낮춰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IMF가 줄곧 얘기해온 재정건전성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크리슈나 국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재정 건전성이 가장 중요한데 한국이 재정적자를 상당폭으로 줄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단순히 재정 건전성 뿐만 아니라 통화 버퍼(완충)도 함께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고 미래에 있을 잠재적인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완충장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 건전성에 대해서 수익과 지출에 대한 조치 모두 해당이 되며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잘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아시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수익을 거둬들이는 것인데 아시아 전반적으로 이렇게 수익을 동원하는 게 약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렇다보니 정부가 어떤 지원 정책을 하고 이행을 하고 싶다면 모두를 위한 지원 정책이 아니라 좀 더 표적화된 지원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슈나 국장은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54%라는 것을 굉장히 높게(긍정적)으로 평가해주고 싶다"며 "지금 상황에서 더 많은 재정 지원을 제공해서 부채를 늘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기 재정 프레임워크 혹은 재정준칙을 통해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는 재정을 건전화해나갈 수 있도록 기준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한국 부채 축소 천천히 시행해야…원유가격 성장에 변수"
한국의 부채 상황에 대해 그는 "가계부채는 현재 꽤 높은 수치여서 이 수치가 좀 낮춰져야 한다고 본다"며 "현재 금리를 보면 금리인상 추세인데, 이는 취약계층에게는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한국의 경우, 전체적인 금융시장 시스템의 리스크가 제한적"이라며 "부채가 높기는 하지만 금융 자산이나 소득이 견고하고 모기지 관련된 리스크의 비중도 낮은 상황인데, 이런 때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천천히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라케시=공동취재단] 크리슈나 스리나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이 13일(현지시간) 오전께 모로코 마라케시 G20 재무장관회의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내용을 적고 있다. |
그는 "기업 부채에서도 해당이 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한국은 특히 국제상황과 연관성이 높다"면서 "결국 앞으로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디레버리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동 변수에 대해 크리슈나 국장은 "중동 분쟁에 대해서 원유 가격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숫자로 예를 든다면, 만약 원유 가격이 10% 상승하게 되면 글로벌 생산량이 그다음 해에 0.15% 하락하게 되고 인플레이션은 0.4% 포인트로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IMF가 갖고 있는 글로벌 모델로 산출한 숫자인데, 아시아 경제는 원유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