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마라톤서 압도적 레이스 1위 골인
23세 케냐 신예... 킵초게 기록 34초 단축
경기후 "2시간 미만으로 달릴 것 같다"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인간은 42.195㎞를 2시간 안에 달릴 수 있을까. 인류가 스포츠 과학을 등에 업고 달려온 오랜 도전 과제 중 하나다. 케냐의 켈빈 키프텀(23)이 2시간00분35초로 주파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키프텀은 8일(한국시간) 2023 시카고 마라톤에서 압도적 레이스를 펼쳐 이전 세계 최고 기록 2시간01분09초를 34초나 앞당겼다. '서브2'(sub2;마라톤 풀코스 2시간 이내 주파)라는 신기원을 깨기 36초 전이다.
[시카고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키프텀이 8일(한국시간) 2023 시카고 마라톤에서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며 골인하고 있다. 2023.10.8 psoq1337@newspim.com |
공인거리 42.195㎞를 뛰기 시작한 건 1908년 런던올림픽부터다. 당시 1등은 2시간55분대에 들어왔다. 1900년대 초반까지 2시간30분대가 인간의 한계라고 여겼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한국인 손기정이 2시간29분12초로 과학의 통념을 깼다. 과학과 인류는 힘을 합쳐 '마의 벽'을 줄여나갔다. 마라톤 선수와 의·과학자, 스포츠용품 업체까지 최적의 주법과 체력 관리법, 첨단 장비 등을 찾아 뛰고 또 뛰었다. 지난해 9월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39)가 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1분9초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인간은 114년 만에 54분을 줄였다.
[시카고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키프텀이 8일(한국시간) 2023 시카고 마라톤에서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며 골인하며 기뻐하고 있다. 2023.10.8 psoq1337@newspim.com |
킵초게는 올림픽 2회 우승, 베를린과 런던 마라톤 각 4회 최다 우승, 역대 최고 기록 상위 6개 중 4개를 갖고 있는 마라톤 리빙 레전드다. 킵초게는 '마의 2시간 벽'을 깬 적이 있다. 2019년 영국 업체의 후원으로 '이네오스 1:59 챌린지'에서 1시간59분40초로 풀코스 완주했다. 킵초게를 위한 이벤트 경주라 국제육상연맹(IAAF)으로부터 기록을 인정받지는 못했다. 신기록 달성을 위해 페이스메이커들 5명이 킵초게 앞에서 V자 대형으로 달렸고 2명은 킵초게 뒤에서 좌우로 나란히 뛰었다고 한다.
[시카고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키프텀이 8일(한국시간) 2023 시카고 마라톤에서 1위로 골인한 뒤 코치와 포옹하고 있다. 2023.10.8 psoq1337@newspim.com |
지난 4월 키프텀이라는 킵초게의 라이벌로 등장해 주목을 끌었다. 키프텀은 런던마라톤에서 2시간1분25초로 우승했다. 킵초게의 세계 최고 기록에 불과 16초 차이다. 고독하게 달리던 킵초게에게 훌륭한 페이스메이커가 등장했다. '신성' 키프텀은 6개월 만에 킵초게를 따라잡았다. 키프텀은 이번 시카고 마라톤에서 세계 신기록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마지막 코스에서 세계 최고 기록 경신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35㎞ 이후부터 키프텀은 홀로 신기록과 싸웠다.
케냐 체프코리오에서 양과 염소를 키우며 살던 키프텀은 10년 전 르완다 출신의 하키지마나 코치를 만나 마라톤에 입문했다. 키프텀은 지독한 훈련 벌레이자 고독한 마라토너다. 일주일에 300㎞를 뛰며 180~220㎞를 달리는 킵초게보다 더 피나는 노력을 했다. 지나친 훈련이 선수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코치의 만류를 뿌리치고 뛰었다. 키프텀의 코치는 "키프텀은 먹고 자고 그리고 뛰는 것 뿐"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미국의 한 스포츠 전문채널에 따르면 키프텀은 경기 종료 후 "세계 기록을 경신해 너무 행복하다. 눈앞에 시간이 보였는데 2시간 미만으로 달릴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23세 젊은 청년의 '서브2' 도전에 세계가 숨죽이고 있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