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한대로, '서프라이즈'는 없었다" 평가가 주를 이뤄
거시적 경제환경 악화·금융 규제 강화 등 수요 감소 요인
'전세난 가중'·집값 불안 요인 비(非)아파트 규제 풀어 수요 진작책 빠져 타이밍상 아쉬움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하나 없다' 정부가 추석연휴를 코 앞에 두고 발표한 9·26대책에 대해 시장의 평가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예고한 내용대로 나왔을 뿐, 시장에 미쳐질 '서프라이즈'가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는 얘기다.
오히려 시장에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책 발표 전날 광역급행철도(GTX)-D노선을 'Y자 노선"으로 못박아 공식화한 게 '서프라이즈'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기존 '김부선'노선 계획을 인천국제공항과 김포에서 각각 시발점으로 서울 강남지역을 횡단해 남양주까지 잇겠다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주요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각설하고 9·26대책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얽혀 있는 시행·시공사와 이들에게 돈을 대 준 제2금융권들에겐 반색할 만한 대책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금융당국이 PF 사업장에 대출 만기 연장과 함께 보증규모를 늘려 유동성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여기에 정부의 공사비 증액 기준 마련 방안도 PF사업자들에게 사업성을 높여 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줬다. 오르는 자잿값 등 공사비 반영은 그렇다 쳐도 갚아야 할 돈을 미뤄주는 대신 이자는 계속 불어나고 땅값도 오를 수 밖에 없다. 이래저래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때문에 정부가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이란 이름으로 발표했지만 속내는 연쇄 부도위기에 처한 건설사와 제2금융권 구하기 나선 게 대책의 핵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분양가 상승 억제 효과를 얘기한다. 당장 이번 대책에서 공공주택 5만5000가구를 더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도 그런 이유다. 3기 신도시에 공급하는 아파트에 대해선 용적률을 올리고 자연녹지와 자족용지 비율을 다소 줄여 3만 가구를 더 늘리면 분양가 인하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막상 분양할 시기에는 자잿값 상승과 금융비용 발생 때문에 '인하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족쇄가 풀린' 민간 분양가의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윤석열 정부는 인위적인 분양가 규제는 하지 않겠다고 이미 공언한 터라 더욱 그렇다. 서울에 몰려 있는 정비사업장의 아파트 분양가는 제어장치가 없어 고공행진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대책에 대해 가장 많이 지적하는 포인트 중 하나가 '수요진작 없는' 공급활성화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정부의 공급의지가 강력하더라도 시장의 수요가 뒷받침 안 되면 민간 공급자는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이뤄져야 안정되는데 수요를 진작할 만한 대책은 아예 빠져있다. 원희룡 장관은 9·26대책 발표 전부터 '수요를 자극할 대책'은 없다고 예고해 오긴 했다. 대책 발표 당일에도 그는 "수요를 진작하는 정책은 가격을 직접 자극할 수 있어 이번 공급대책을 마련할 때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대책의 목표가 착공·인허가 지연 물량과 금융 경색으로 진행되지 못한 (PF사업장) 부분을 규제를 풀어 시장 자체의 동력을 정상 가동하는 것"이라며 이번 대책이 공급자에 초점을 맞춘 점을 강조했다.
이해가 가는 측면은 있다. 착공·인허가 실적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이는 공급 부족을 가져 올 것이고 당장 가격불안을 야기 시키고 있는데 당장 '수요 진작책'을 내놓을 타이밍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공급확대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수요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 또한 감안했어야 한다. 현 거시적 경제여건이 녹록치 않다. 유가, 환율, 금리 등 '신3고 시대'에 접어들면서 실질적 가계가처분소득이 줄고 있다. 이는 내수 소비 뿐만 아니라 주택 수요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되고 있다. 그나마 주택 수요를 지탱하던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부채 증가 우려 때문에 10월부터 축소되는 등 대출을 조이는 금융당국의 규제에 막힌 것도 악재 요인이다.
'분양가는 오늘이 가장 싸다'는 조급함에 가수요가 몰리며 아파트 청약열기는 뜨겁다고 하나 악화일로에 있는 가계환경에선 치솟는 고분양가를 감당할 수요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봤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전체적인 주택시장의 균형을 좀 더 세심히 봤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적지 않다. 아파트 시장은 그렇다 쳐도 연립주택,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非)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좀 더 과감하게 풀었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여전하다.
'역전세난'이 아닌 '전세난'을 겪고 있는 쪽도 아파트다. 이는 전세사기를 우려해 빌라, 오피스텔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탓이 크다.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 거주 비율이 60%로 나머지 비아파트가 40%를 차지한다. 인허가와 착공의 급감은 아파트보다 비아파트 시장 침체의 이유가 크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내놓은 비아파트 지원책 역시 공급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소형주택의 기준 상향도 미미하다. 최악인 비아파트 시장의 상황을 타개할 진작책이 이번에 빠진 점은 타이밍상 못내 아쉽다.
[자료=국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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