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평균 3174원..행복주택은 3821원
10평 기준 매달 2만3000원가량 더 내
전문가들 "관리비는 숨거진 주거 비용"
맹성규 "배보다 배꼽이 커...비용 절감 방안 검토해야"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정책주택인 행복주택의 관리비가 일반 아파트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관리비가 사회초년생, 저소득층 등 입주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서울의 전용면적 36㎡(약 10평) 행복주택의 월 관리비는 13만7556원으로 ㎡당 3821원이다.
이는 서울의 아파트 평균 관리비(㎡당 3174원)보다도 비싸다. 전용면적 36㎡ 기준 행복주택 입주민이 아파트(11만4264원) 입주민보다 매달 2만3000원가량 더 내는 셈으로 20.38% 비싸다.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하는 행복주택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 관리정보시스템(K-apt)에 공개된 전국 아파트 관리비와 비교했을 때 ▲서울 ▲광주 ▲충북 ▲충남 ▲전남 ▲경북 ▲제주 지역의 행복주택이 아파트보다 더 비싼 관리비를 내고 있었다.
더구나 아파트 관리비에는 난방비와 전기료가 포함돼 있는 반면 행복주택에서는 제외돼 있다. 사실상 이 점을 고려하면 전국의 모든 아파트 평균 관리비보다 행복주택 관리비가 더 비싸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파트 입주민보다도 행복주택 입주민이 느끼는 주거비 부담이 더 큰 것이다.
실제 평균 아파트 관리비에서 난방비와 전기료를 제외하고 계산할 경우 전국 모든 지역에서 행복주택 관리비가 아파트보다 높았다.
난방비·전기료를 제외한 전국 평균 아파트 관리비는 ㎡당 1854원인데 반해 행복주택은 2492원이다. 21㎡(5평형) 기준 아파트 3만8934원·행복주택 5만2332원, 36㎡(10평형) 기준 아파트 6만6744원·8만9712원 수준이다.
행복주택은 2017년 도입 이후 임대료에 비해 관리비가 비싸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원룸·오피스텔 등 소규모 주택의 비싼 관리비는 '제2의 월세'라고 불릴 만큼 문제가 돼왔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이달 초 관리비가 10만원을 넘을 경우 세부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중개대상물의 표시·광고 명시사항 세부기준' 개정안 시행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관리비가 숨겨진 주거 비용이라고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일반적으로 주거비라고 하면 보증금하고 월세로 판단한다. 관리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행복주택은 저렴하게 공급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저렴하게 운영하긴 어려우니 결국 관리비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짚었다.
행복주택 입주자들에게 정확한 주거 비용을 안내하고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공공임대주택 관리비의 투명화 내지는 절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맹 의원은 "청년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료를 낮췄다는 행복주택의 관리비가 비슷한 평형의 아파트 관리비보다도 비싸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높은 관리비는 청년층에게 직접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행복주택 취지에 맞게 정부가 관리 비용 절감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