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의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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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상용 글로벌경제 전문기자 = `마이너스 금리` 탈출 가능성을 시사한 일본은행(BOJ)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지난 9일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에서 내놓은) 발언은 최근 유가와 달러 움직임에 비춰볼 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시기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9월 FOMC를 1주일 가량 앞둔 시점이라는 점, 마침 인민은행의 한층 강력해진 구두개입을 동반했다는 점에서 외견상 공조의 양상을 띠지만 일본과 중국 모두 각자도생의 절박함이 상당하다.
BOJ의 `마이너스 금리` 봉인해제 가능성으로 인해 당장 오는 9월13일과 14일 미국의 소비자물가와 소매판매 지표가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에 갖는 영향력은 한층 커졌다. 좀 더 긴 시각에서는 역시 유가의 흐름이 중요하다.
우에다의 이번 커뮤니케이션이 어떤 속내를 지녔든 BOJ가 머지 않아 다시 `금리냐 환율이냐`를 놓고 딜레마에 직면할 가능성 또한 상존해 있다. 글로벌 자산시장이 BOJ발 스필오버 위험을 제대로 가격에 반영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음글은 가정에 기반한 리스크 점검 차원이며 전망이라기보다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1. 공조?
작년 가을(2022년9월~10월)의 자산시장 흐름은 이번 글로벌 긴축 사이클에서 가장 위태로운 장면 중 하나였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철딱서니 없는 영국 정치인들(리즈 트러스 총리)은 대규모 감세안을 꺼내들어 영국 국채 시장의 지옥문을 열었다. 치솟는 길트(영국 국채) 금리는 유로존 주요국과 미국 국채 시장을 격하게 흔들어 댔다.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 [사진=koyfin] |
미국과 서구의 치솟는 국채 금리는 수익률곡선통제(YCC)정책에 묶인 일본 국채(JGB) 금리와의 괴리를 더 급하게 확대했고 달러-엔은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일본 재무성이 십수년만에 달러 매도 개입을 통한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JGB 포워드 및 스왑 시장에선 결국 BOJ가 항복하고 출구로 향할 것(초완화정책에서 물러설 것)이라는 베팅이 늘어갔다.
BOJ가 환율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YCC를 폐기한다면 그 충격파는 다시 미국과 유럽을 돌아 글로벌 자산시장을 뒤집어 놓을 게 뻔했다.
이 불안이 가라앉는 변곡점은 연준이 긴축 강도(금리인상폭)를 더 높이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발신하면서 나아가 금리 인상폭을 낮추면서 출현했다. 중앙은행들이 공식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선 주요국 중앙은행들 사이에 물밑 공조가 작동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작년 9월과 10월 한때 머니마켓에선 향후 연준의 금리인상 보폭이 100bp에 달하는 울트라 스텝일 거라는 프라이싱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연준은 긴축의 누적효과를 설파하며 그 기대를 누그러뜨리고, 12월에는 금리인상폭을 종전 75bp에서 50bp로 낮췄다.
이번 BOJ 우에다 총재의 마이너스 금리탈출 시사 발언, 그리고 때마침 고강도 환율 개입을 시사한 인민은행의 구두 개입은 외관상 달러 강세에 맞서 아시아 양대 중앙은행이 공조를 취한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오는 9월19일~20일 연준 FOMC를 앞둔 시점이라 우에다 총재의 발언은 연준의 향후 행보를 어느 정도 감지한 듯한 인상도 풍겼다.
달러-엔 환율[사진=koyfin] |
2. 각자도생?
우에다는 무엇을 본 것일까.
미국 경기는 정점을 지나 서서히 늙어갈 테고 연준의 긴축도 끝물이라 일본 국채 시장에 작년과 같은 강도의 외풍이 불어닥칠 위험은 낮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 판단에 근거하면 JGB 금리의 위를 더 열더라도 - 실제 연말연초 마이너스 금리 해제 작업에 돌입하더라도 - JGB 금리가 공포스럽게 치솟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서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BOJ 내부에서는 연준의 9월 FOMC 역시 글로벌 채권시장을 놀래키기 보다 양방향 가능성을 적당히 열어 놓는 평이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 다음주 FOMC 성명서와 점도표,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예상보다 비둘기적 톤을 띤다면 어느 정도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
정반대의 추정도 가능하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인해 연준이 정책금리를 `더 오래 더 높이(Higher for Longer)` 유지하려들 위험은 여름을 지나며 커졌다. 하필 유가도 들썩거려 미국의 인플레이션 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하면서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는 재차 고개를 빳빳이 들던 차다.
유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길어지면 달러-엔 환율과 수입 물가를 경유해 일본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 작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가 그러했다 - 엔 급락과 물가급등으로 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하락했고 당시 `구로다 하루히코의 BOJ`를 향한 정치적 압박은 커져갔다.
이 과정이 *되풀이 되는 게 우에다로선 곤혹스럽다. 한가롭게 남 걱정(BOJ 출구전략에 따른 외부 세계의 스필오버를 걱정)할 게 아니라 내 코가 석자다. 통화정책 정상화의 옵션을 열어놓음으로써 투기적 엔 쇼트(short) 세력이 더 나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유가와 달러-엔의 부정적 고리부터 끊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참고로 지난 5월 한때 50%대까지 회복했던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최근 다시 20~30%대로 떨어졌다.
역외 달러-위안 환율 [사진=koyfin] |
한편 전날(9월11일자) 기사에서 언급했듯 BOJ의 마이너스 금리 탈출 가능성으로 미국 국채금리의 상방 위험이 커지면 중국 등 이머징의 환율 부담은 증폭될 수 있다. 인민은행의 전날 강력한 구두개입은 공조의 결과라기보다 그 다급함의 산물일 수 있다.
중국의 8월 물가지표와 신용통계는 중국 경제가 바닥을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아직 그 강도와 지속성을 자신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9월 들어서도 주택시장은 신통치 않다. 부동산 정보업체 CREIS에 따르면 *75개 도시의 지난주(~9월9일) 신규주택 판매는 전주대비 15%, 전년동기비 29% 감소, 금구은십이라는 주택시장의 성수기가 무색한 상황이다.
*제일선 도시의 지난주 신규주택 판매는 전주대비 15%, 전년동기비 35% 감소해 낙폭이 두드러졌다. 제이선 도시의 경우 전주대비 15%, 전년동기비 7% 감소했고, 제삼선 도시는 전주대비 12%, 전년동기비 34% 감소했다.
이는 인민은행의 한층 강력해진 환율방어가 지준율 인하 등 추가완화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추절 및 국경절 연휴에 앞서 추가 완화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면 먼저 달러-위안 환율을 눌러놓아야 한다. 중국은 중국대로 제 코가 석자다.
중국 75대 도시 신규주택 판매 주간 동향 [사진=CREIS] |
* ②편 기사로 이어집니다
osy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