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입단 대가로 금품 오가는 '선수장사' 실태 확인"
이 전 대표, 선수 부친 등으로부터 8000만원 이상 수수
에이전트 최씨, 구단 관계자·대학 감독들에게 1억원 이상 살포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프로 축구구단 입단을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 이종걸(60) 전 안산 그리너스 FC 대표 등 프로구단 및 대학 지도자, 에이전트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김현아 부장검사)는 배임수·증재 등 혐의로 이 전 대표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프로축구 입단을 대가로 수천만 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는 이종걸 전 안산 그리너스FC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08.07 pangbin@newspim.com |
이 전 대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선수 입단 대가로 선수 부친인 홍모(60) 씨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벤츠 차량 대금을 받고, 선수 에이전트 최모(36) 씨로부터 롤렉스 시계와 현금 등 27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대표는 임종헌(57) 당시 안산 FC 감독대행으로부터 감독 임명 대가로 9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홍씨 또한 이 전 대표에게 차량 대금을 증재한 혐의, 안산FC 전력강화팀장인 배모(44) 씨도 지난해 선수 입단 대가로 최씨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이날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검찰은 최씨가 안산 FC에 선수를 입단시키는 과정에서 선수의 과거 은사인 전 대표팀 코치 최모(42) 씨, 모 초등학교 축구부 감독 최모(57) 씨와 범행을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최 전 코치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표팀 코치로 일했다.
검찰은 이날 최 전 코치와 최 감독도 배임증재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이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은 다른 에이전트 이모(55) 씨를 제외하고 총 10명이다. 이씨는 현재 해외 도피 중으로 기소중지된 상태다.
임 전 감독은 2018년과 지난해 선수 입단 대가로 최씨로부터 4500만원을 받고, 선수 부친을 상대로 프로구단에 입단시켜준다고 속여 6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지난 7월28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K리그3 소속 A구단 소속 신모(41) 코치는 선수 입단 대가로 2000만원, 연세대 축구부 신모(64) 전 감독과 숭실대 축구부 김모(39) 감독은 각각 최씨로부터 인사비 명목으로 6000만원, 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같은 날 기소됐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에이전트 최씨가 이 대표 등 구단관계자들과 대학 감독 등에게 살포한 금액은 총 1억2900만원에 이른다. 그는 지난달 14일 구속기소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경찰이 불송치한 에이전트 최씨의 사기 사건을 검토하던 중 단서를 확보하고 직접 수사에 뛰어들었다. 최씨의 사기 사건은 그가 한 축구선수에게 프로구단 입단 대가로 2000만원을 편취했다는 사건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체 축구선수 중 단 3.7%만이 프로구단에 입단하는 무한경쟁 상황에서 프로축구 입단을 대가로 금품이 오가는 '선수장사' 실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체 축구선수는 2만5056명으로, 그중 프로는 단 925명뿐이다.
선수가 프로구단에 입단할 때 각급 학교 지도자가 제자였던 선수로부터 '인사비", '발전 기금' 등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거나 학연·지연 등으로 얽힌 지도자들이 선수 자리를 돈으로 사고팔며 이익을 공유하고, 일부 지도자는 프로구단에 입단시켜 준다고 거짓말해 금품을 편취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러한 선수장사는 선수를 금품수수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프로구단의 발전을 저해한다"며 "또 땀 흘려 노력하는 선수들의 희망을 좌절시키고 헌신하는 지도자들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병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행으로 인한 수익 취득을 차단하고자 추징보전 등 환수 조치하고 지도자, 에이전트를 관리·감독하는 대한축구협회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며 "선수 장사를 관행으로 가볍게 여기는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