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배터리 전문가...전공은 무역학과
"중국 배터리 기업 300곳 중 250곳 방문"
2027년까지 연간 10억8000만㎡ 생산 목표
미국·제3국에서도 '러브콜'...완성차도 주문
국내 배터리사·소니·CATL에 분리막 공급
[전북=뉴스핌] 신수용 기자 = "외주 대신 원자재부터 원단 제작, 코팅 등 모든 분리막 공정을 직접 국내 기술로 구성하는 수직 계열화가 기술 유출 위험과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핵심 경쟁력입니다" 신상기 에너에버배터리솔루션(이하 에너에버) 대표이사는 7일 전북 완주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 국산화로 분리막 가격↓ 품질↑...공장 공사장 옆 컨테이너 상주하며 준공 지켜봐
[전북=뉴스핌] 신수용 기자 = 신상기 대표이사가 에너에버가 보유한 다양한 특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2023.09.11 aaa22@newspim.com |
신 대표는 문과생이면서 삼성SDI를 거쳐 배터리 소재사 대표가 된 희귀 케이스다. 그는 공정을 줄줄이 외우는 현장 전문가로 2012년 에너에버를 설립해 분리막 국산화에 성공했다. 에너에버는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CATL과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소니,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까지 고객층도 다각화했다.
토종 기업 중 분리막 대량 생산이 가능한 기업은 대기업 계열사 SK아이테크놀로지(SKIET)와 에너에버 두 곳이다. 분리막은 배터리의 안정성과 성능을 좌우하는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다. 일반 박스 테이프 1개 분량의 분리막이 40만원 이상을 호가할 만치 고부가가치 소재다. 그만큼 공정의 난도가 높아 기업의 진입이 쉽지 않은 분야로 주로 일본과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는 분리막 사업의 핵심으로 '국산화'를 꼽았다. 그는 해외 설비 국산 설비를 들여와 '공정 최적화'에 공을 들였다. 그의 선택을 두고 업계에선 "미쳤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대부분의 기업은 일본이나 독일 설비를 사용한다.
신 대표의 선택으로 현재 에너에버의 분리막 가격은 중국과 비슷하지만, 품질은 수준급이다.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사 외에도 미국과 아시아 등 해외에서 발주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신 대표는 "공장을 짓고 설비가 들어설 때 공사장 앞 컨테이너에서 상주하며 현장을 하나하나 보면서 철저히 관리 감독했다"라며 "해외 장비에 수천억을 투자해 공장을 지어도 설비를 제대로 못 돌리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업체는 설비만 팔고 문제가 생기면 1~2달 후에나 오는데, 설비를 더 좋게 만들 기술 오픈(공유)도 잘 안 해준다"며 "해외 설비보다 저렴한 국산 설비를 24시간 돌리고, 상주하면서 국내 장비사와 협력해 공정 최적화 작업을 즉각적이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공장 부품 수·눈에 보이지 않는 설비 내부 너비까지 파악
[전북=뉴스핌] 신수용 기자 = 에너에버 전북 완주 본사 및 공장. 2023.09.11 aaa22@newspim.com |
문과생인 신 대표는 1세대 배터리 전문가다. 경남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당시 배터리 사업 초기였던 삼성SDI에 입사해 개발·구매팀 등에서 15년간 근무했다. 그는 "구매는 공급망과 제품 스펙(사양), 기술 개발 등 사안을 총체적이고 제대로 알아야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구매팀이 총대를 메고 담당자들을 데리고 해외에 다니며 제품 선택을 위한 최종 사인도 하고, 초창기 기술 개발과 생산 라인 적용과 실사와 신규 프로젝트를 맡는 등 일종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중국어와 일본어 등 외국어에 능통하다. 여러 국가의 배터리 전문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배터리 분야를 공부하고, 직접 발로 뛰며 관련 지식을 체득했다. 그는 90년대부터 중국의 배터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예견하고, 당시 중국 곳곳에 있는 이차 전치 업체 300여 곳 중 약 250곳을 찾아다녔다. 신 대표는 "공장을 실사하면서 압축기도 열어서 보는 등 어떤 구조로 배터리가 만들어지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1972년생인 신 대표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인 직원들에게도 "반찬 싸준 건 잘 먹고 있냐"며 먼저 다가섰다. 웃고 떠들다가도, 공장 안에 들어서자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민첩하게 모니터와 제품을 살피며 설비 스위치를 세심히 매만졌다. 신 대표는 공장 안에 돌아가는 3000개의 롤러 개수와 길이, 설비 안에 있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기계들의 각각의 너비까지 정확히 꿰고 있었다.
현재 에너에에버는 충주(건식분리막), 완주(습식분리막) 외에도 원통과 각형 배터리에 사용하는 캔(CAN) 부품 사업도 화성 공장에서 진행 중이다. 미국 등 해외 분리막 공장도 증설할 예정이다. 현재 생산 규모는 연간 7200만㎡이다. 2027년까지 연간 10억8000만㎡ 생산이 목표다.
최근 상장 주관사로 미래에셋을 선정하고 기업 공개(IPO) 준비에 나섰다. 2025년 상장이 목표다. 기업 가치는 1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