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전기차 10만대 판매 확실시에도 증가세 주춤
충전 인프라·주행거리 등 개선 가능성 높아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전기차의 판매 성장세가 주춤하다. 여전히 많이 팔리고 있고 관심이 높지만 분명 예년만 못 하다. 이를 두고 실제로 전기차를 살 만한 사람들은 전부 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전기차는 7만8466대로 전년 대비 13.7% 늘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넘어선 것에 이어 올해도 10만대 돌파가 확실시된다. 하지만 분명 초반의 가파른 상승세는 사라졌다. 참고로 지난해 상반기의 전기차 판매량은 6만8966대였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해 75.6%가 늘어난 수치였다. 폭발적인 상승세가 확실히 줄어든 것이다.
정승원 산업부 기자 |
이에 완성차업계들도 전기차 보급에 힘쓰기 보다는 내연기관과 전기차 사이의 과도기적 성격의 하이브리드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베스트셀링카가 유력한 그랜저는 계약 모델의 절반 이상이 하이브리드 모델이며 새롭게 출시하는 차종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내연기관 모델보다 인기가 많다.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미 얼리어답터들이 많이 구매하면서 전기차 수요가 정체됐다. 이미 살 만한 사람들은 다 샀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확실히 전기차 구매는 아직까지 '얼리어답터'의 성격이 강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를 선호한다. 전기차를 구매를 가로막는 요소들이 아직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구매를 가로막는 요소는 높은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화재 사고와 같은 안전성 등이 꼽힌다.
그러나 실제로 전기차를 이용하는 차주들의 입장을 들어보니 상당한 입장 차이가 느껴졌다. 이미 많은 문제들이 해결돼 있거나 개선되고 있는데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충전 인프라의 경우 한국은 전기차 2대당 1기로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대부분 관공서 등에 설치돼 있어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충전시설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주장이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은 물론 수입차 브랜드도 충전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역시 400km를 넘어서면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내연기관차도 가득 주유해 400km 이상의 주행이 가능하면 별다른 걱정 없이 운전할 수 있는데 전기차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특히 완속 충전을 할 수 있는 충전기 확보까지 가능하다면 요금 걱정은 더욱 내려간다는 점도 강점이다.
결국 전기차의 사용경험이 늘수록 전기차로의 전환은 빨라질 것이다. 몇 년째 전기차를 이용하고 있다는 한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내 운전 스타일을 정확히 알고 운전하면 충전 걱정을 크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기차의 장점"이라며 "전기차를 계속 타고 있지만 대부분 완속 충전을 이용해 충전 비용 걱정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물론 현재 전기차는 보조금이 없다는 구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말 역시 사실이다. 실제로 보조금이 결정되는 연초에는 보조금 지급에 걸쳐 있는 전기차들은 거의 판매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존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보다 저렴한 리튬인산철 배터리(LFP)를 적용한 전기차들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돌파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보조금을 지급받지 않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들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에 추후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 경우 대량 생산을 통해 대당 가격을 낮출 수도 있을 것이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모 완성차 브랜드 관계자는 "지금은 보조금을 지급받는 정도만 전기차를 생산하는데 나중에는 대량 생산하면 가격 자체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직 전기차의 시대는 오지 않았다. 본격적인 전기차의 시대가 오기 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제법 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의 기미가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인 점이다. 하나둘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어느덧 전기차의 시대는 성큼 다가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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