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집하 공급체계 전환 등 '공공급식 체계 개편' 추진
공공급식센터, 시 농수산식품공사 유통 센터로 통합
식재료·식품안전 체계 도입, 방사능 등 위협 차단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시가 내년 1월부터 유치원과 동일하게 식재료를 어린이집에 공급하기 위해 어린이집 친환경 공공급식 식재료 공급체계를 서울친환경유통센터로 통합·운영한다.
먹거리 다양성 확보를 위해 공급망도 전국의 친환경 농가로 확대한다. 학교급식처럼 질 좋은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전국 산지 농가로 판로도 넓혀 어린이·학부모, 농가 모두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목표다.
서울시는 6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국정감사·시의회 등에서 지적받은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에 대한 의견 수렴, 개선 방안 등의 내용을 담은 '공공급식 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시는 서울 자치구와 산지 기초지자체를 1:1로 매칭해 산지의 친환경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을 지난 2017년 시작했다. 이후 자치구별 공공급식센터를 설치해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에 민간 위탁하는 방식으로 해당 자치구의 어린이집 등에 식자재를 공급해왔다.
그러나 사업시행 후 국회, 시의회 등에서 운영상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해 공공급식 공급액 279억원 중 수탁업체에서 독점공급한 금액은 68억원이고 그동안 공공급식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총 654억원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학기 개학이 시작된 가운데 26일 서울 영등포구 윤중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점심 배식을 받고 있다. 2022.08.26 mironj19@newspim.com |
구체적으로 확인된 문제점을 보면, 각 자치구와 협약을 맺은 산지 지자체 간 1:1 매칭으로 식재료를 공급함에 따라 ▲자치구별 식재료 품질·가격 편차 ▲공급 품목의 다양성 부족 ▲공공급식센터 운영의 비효율성 ▲식재료 안전성 차이 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사업 참여 자치구도 올해 8월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중 12개만 참여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산지가 달라 동일품목의 같은 가격이라도 품질의 차이가 컸으며 동일품목이라도 많게는 2.5배까지 편차가 나타났다. 이에 서울시가격분과위원회에서 식재료 가격을 조정 권고하고 있지만 동일 품목에 대한 자치구별 가격 편차가 40%~50%를 상회하는 경우가 생겨 그 피해는 해당 어린이집에서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1:1 매칭을 통한 전량 공급 방식에서는 산지 여건상 생산되지 않은 품목이 많아 어린이집에서는 다양한 식단 구성이 어렵다는 현장 민원이 다수 발생했다. 미공급되는 품목을 공공급식센터 운영을 위탁받은 수탁업체에서 최근 4년간 연간 62억원을 독점공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치구별로 물류와 유통을 위해 설치·운영 중인 공공급식센터의 인건비 등 그간 센터 운영비로 사용된 예산만 379억에 달했다. 학교급식이 주 670~720여건을 검사하는데 비해 공공급식센터는 주 60건, 자치구별로는 5건만 검사를 하고 있어 학교급식에 비해 안전성 관리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시는 우리 미래세대인 아이들의 밥상을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하게 챙긴다는 목표로 ▲공적집하 공급체계(농수산물 등을 정부 등 공적인 관리 하에 한곳으로 모았다가 공급하는 체계)로 전환 ▲전국 친환경농가 공급 기회 부여 ▲품질향상·안전한 식재료 공급 등 3가지 방향으로 '공공급식 체계 개편'을 추진한다.
우선 기존 12개 자치구별로 운영되던 9개 공공급식센터(8개 자치구별 센터·동북 4개구 통합센터 1개)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내 서울친환경유통센터 1곳으로 통합·운영한다. 이를 통해 자치구별 가격 편차가 해소돼 어린이집에 동일한 가격, 균등한 품질로 다양한 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품질 좋고 다양한 식재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공공급식 공급망도 특정 산지의 공공급식 참여 농가에서 전국의 친환경 농가로 확대한다. 보다 강화된 식재료 안전 기준·식품안전 체계를 도입해 방사능, 잔류농약 등 위협을 원천 차단할 방침이다.
시는 향후 친환경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어린이집 급식 참여 자치구를 현재 12개에서 25개 전체 자치구로, 시설 참여율을 65%에서 80%까지로 늘려 전국의 친환경 농가로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자료=서울시] 2023.09.06 kh99@newspim.com |
공공급식에 참여했던 산지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농가의 잔여기간 동안 서울친환경유통센터 식재료 공급업체에 물량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보호조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구종원 시 평생교육국장은 "그동안 민간단체를 통한 위탁운영과 사업비로 6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음에도 품질, 가격,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됐다"며 "이번 개편을 통해 아이들의 안전한 밥상이 지켜지고 전국 친환경 농가의 판로는 점점 확대되는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 한다"고 말했다.
kh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