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낙찰률 증가세 4개월 만에 둔화
입찰경쟁 치열해지고 매수가격 상승에 관망세 늘어
주담대 금리 인상, 경기둔화 등도 부담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집값 바닥론이 확산하며 올해 1분기 이후 경매를 통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대폭 늘었다. 서울 주요 단지의 경우 감정평가액을 웃도는 고가 낙찰도 심심치 않게 이뤄졌다. 하지만 단기 급등에 가격 부담이 커졌고 금리인상, 경기둔화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관망세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 4개월 만에 낙찰률 상승세 꺾여...집값 상승 주도한 강남권도 '뚝'
4일 부동산시장 및 대한민국법원경매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경매 낙찰률(경매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전달대비 동반 하락했다.
경매 낙찰률은 지난달 32.9%로 전달(36.1%)보다 3.2%p(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1월 37.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가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같은 기간 낙찰가율도 83.4%에서 81.0%로 2.4%p 하락했다.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강남권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서초구만 낙찰률 상승세가 이어졌을 뿐 강남, 송파, 강동구는 내려앉았다. 강남구 아파트는 낙찰가율이 지난 7월 57.1%에서 8월 33.3%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송파구는 62.5%에서 50.0%, 강동구는 75.0%에서 16.7%로 각각 빠졌다. 중저가 매물이 많아 젊은층의 관심이 높은 노원구는 아파트 18건이 경매에 나와 단 한 건 주인을 찾아 낙찰률이 5.6%에 그쳤다. 전달에는 53.8%를 기록했다.
낙찰률 하락은 가격 부담에 따른 관망세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향후 집값이 대세 상승기에 진입하지 않는다면 시세와 비슷한 수준의 거래 가격에는 이점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평균 응찰자 수가 6.02명으로 전월(7.58명)보다 낮아졌다.
아파트 거래량이 둔화하고 금리인상 부담이 커진 것도 관망세가 늘어난 이유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10월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다 9개월 만인 지난달 상승탄력이 꺾였다. 집주인들이 급매물 소진 이후 매도호가를 올리자 대기 수요자들이 추격 매수보다는 시장을 지켜보겠다는 심리가 커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5차례 연속 동결했으나 시중금리가 다시 상승세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대출규제에 나선 데다 미국 국고채 금리가 상승한 영향이다. 다음달부터 버팀목·디딤돌, 특례보금자리론의 대출금리가 0.2~0.3%p 인상된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도 7%대 재진입을 눈앞에 뒀다.
◆ 주담대 금리 인상, 경기둔화 우려 등 불확실성 여전...관망세 확산 전망
매수가격 부담에다 주택 매수시 추가로 떠안아야 할 대출이자 부담이 높아지자 실수요자도 내 집 마련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이전 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하는 비율이 줄어든 것도 맥을 같이 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비 7~8월 거래가격이 오른 상승 거래는 4764건으로 전체의 55%를 기록했다. 같은 조건으로 1분기 대비 2분기의 상승 거래 비중이 65%였던 것에 비해 10%p 감소한 수치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집값 회복세로 돌아서자 작년보다는 많은 수요가 주택 매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집값 하락 가능성이 존재하는 데다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이 커져 최근에는 관망세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