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수 재추계 안하고 내년도 세입 전망
내년 360조원대 감소…2025년 400조 반등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정부가 건전재정을 지켜내기 위해 내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역대 최저 수준인 2.8%로 잡았다.
그럼에도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나라살림(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9%에 이른다. 재정준칙안의 '3% 이내 관리'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극심한 세수 부진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세수입 전망의 정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운용 계획이 정밀한 세수추계에 기반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 올해 세수 재추계 작업도 마무리 못한 채 예산안 마련
29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 국세가 올해 본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8.3% 줄어든 367조4000억원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법인세 감소분이 전체의 82.6%에 해당하는 27조3000억원에 이른다.
기재부는 당초 예상과 달리 올 들어 세수 부족 상황이 계속되자 내달 초 올해 세수를 재추계해 발표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운용계획'과 관련한 사전브리핑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2023.08.28 dream78@newspim.com |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 관련 사전브리핑에서 "현재까지 가용 가능한 정보나 통계, 실적 등을 기초로 내년 세수를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연간 세수 펑크 규모도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도 세수 전망이 이뤄지고, 이에 기반해 내년도 예산 정부안이 확정된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예산안 국회 제출 시한을 맞추기 위해 디테일을 무시하고 올해 세수흐름과 유사하게 내년도 세수를 전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세수 재추계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 발표 이후에 이뤄지는 이유에 대해 "경기 불확실성이 커져 보다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재추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7월 부가세 실적과 8월 말 법인세 중간예납 상황을 본 뒤 최대한 정확하게 추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올해 법인세 중간예납 규모를 봐야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이 가늠이 되고, 올해 기업실적 흐름이 제대로 파악될 때 내년도 법인세 전망도 보다 정확해질 수 있다.
만약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 세수 펑크 규모가 예상을 훨씬 웃돌고 이것이 내년도 세수 전망치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국회에서 예산이 대폭 조정될 수도 있어 나라 곳간지기인 기재부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국세수입 낙관적 전망…국가채무비율 부담됐나
정부는 중기재정전망에서 국세수입이 내년까지만 줄어들다가 2025년 401조3000억원, 2026년 423조2000억원, 2027년 444조9000억원으로 매년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도 세수가 올해 전망치(400조5000억원)에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은 올해 경기 부진의 여파로 법인세 등이 크게 감소하는 시점이 내년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나마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2025년 이후 세수 전망은 경기 상황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에 기댄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내년에 재정적자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밝혔으나 내후년부터는 세입 관리를 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다소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세수 기반을 복원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내후년에 법인세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다면 실제 국세수입이 정부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내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를 초과하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2025년 이후부터는 재정준칙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2025년 이후 세수 전망치를 과도하게 높여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기 위해선 정부가 지출 구조조정을 지금보다 더 강하게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러기 쉽지 않아 국세수입을 다소 희망적으로 전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25년 이후 국세수입 증가율이 경상성장률(예측 흐름)을 벗어난, 과도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 세입기반 확충·합리적인 지출 구조조정 필요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살아나 내년에 본궤도에 오르면 그 영향으로 2025년부터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내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재정준칙 준수와 늘어나는 재정지출 소요 사이에서 고민이 컸다는 점을 인정했다.
추 부총리는 "재정준칙에 따라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GDP 대비 3% 이내로 맞추려면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마이너스로 가야 한다"면서 "경제 상황과 민생, 최소한의 국민 안전 등을 위한 재정지출 소요를 감안해 고심 끝에 총지출 증가율을 역대 최저 수준인 2.8%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우고 있지만 커진 씀씀이를 단칼에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나빠진 세입 환경에서 재정준칙을 지켜내기 위해 세입 목표치를 높여 잡았다면 추후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며 "세입 기반 확충과 합리적인 지출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재량지출 부분에 대한 구조조정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세법개정안에도 포함됐듯이 앞으로 과세 형평성 제고와 조세 회피 방지, 비과세·감면 제도 재조정 등을 통해 세입 기반을 더욱 확충해 나갈 것"이라며 "과세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역외탈세와 국외재산 은닉 등이 차단되면 세수 확충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소비·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인위적으로 세율을 높이진 않을 것"이라며 "성장·세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장기 재정운용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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