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할인' 현금 거래 유도, 16.5억 탈세 혐의
"포탈세액 절반 자진납부 등 고려"…집유 선고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강남에서 대형 룸살롱을 운영하며 수년간 매출을 축소 신고해 탈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업주에게 거액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17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16년 10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서울 강남구의 B유흥주점 운영사 대표로 있으면서 매출액을 축소 신고하는 방법으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등 총 16억4666만원을 포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주점은 영업장 입구에 현금자동인출기(ATM)를 설치해 손님들에게 술값을 현금으로 내면 신용카드 결제보다 15% 할인해준다며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여성 유흥접객원에게 지급할 봉사료의 5%를 원천징수하지 않아 거래를 은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B주점의 매출현황 기록장부인 '조판지'를 매일 수기로 작성한 뒤 탈세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당일이나 다음날 파기했다며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조세범처벌법 제8조는 조세를 포탈하기 위한 증거인멸의 목적으로 세법에서 비치하도록 하는 장부 또는 증빙서류를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날부터 5년 내에 파기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A씨 측은 재판에서 영업진에게 공급한 양주의 판매대금만 과세대상이고 이를 전부 매출액으로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영업장소를 제공하고 양주를 공급했을 뿐 손님을 모집하고 여성 유흥접객원을 고용해 주류를 판매한 것은 영업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1심은 "피고인이 영업진에 대한 양주 판매액만을 매출액으로 생각했다면 굳이 불필요한 비용이나 노력을 들여 유흥주점 허가를 받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영업장을 마련할 이유가 없다"며 손님들이 결제한 유흥대금 전액이 과세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영업진을 통해 현금 거래를 유도한 결과 적어도 유흥대금 결제의 70% 이상이 현금으로 이뤄졌는데 2017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년6개월 동안 현금 매출액으로 신고한 금액은 9138여만원에 불과하다"며 "이는 카드 매출액인 1억9900만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같은 기간 B주점 입구에 설치된 현금자동인출기에서 인출된 금액인 약 44억6031만원과 현저한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1심은 "피고인은 매출액을 신고할 때 조세를 포탈하려는 고의가, 조판지를 파기할 때는 세법에 정한 장부 파기의 고의가 있었고 범행의 기간과 규모까지 감안하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A씨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과 벌금 17억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A씨가 제출한 국세 체납액 분납계획서에 따라 1심 선고 후 포탈세액의 절반 이상인 약 8억3000만원을 자진 납부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하고 벌금 17억원은 그대로 유지했다.
또 B주점의 장부는 수익배분 및 정산을 위해 기재한 것에 불과하고 '세법에서 비치하도록 하는 장부'로 보기 어렵다며 장부 파기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포탈세액의 산정, 조세포탈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