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한국 배드민턴이 혼합복식, 여자 단식에 이어 남자복식도 제패하며 2023 세계개인선수권대회에서 전체 5개 종목 중 3개 종목을 석권했다. 3개 종목 우승과 1개 종목 3위(여자 복식)는 28회를 맞은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배드민턴이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4개 종목 입상은 역대 최다 입상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서승재(오른쪽)-강민혁이 28일 끝난 2023 세계개인선수권대회 남자 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있다. [사진 = BWF SNS] |
서승재-강민혁(이상 삼성생명)이 28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끝난 2023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배드민턴개인선수 최종일 남자복식 결승에서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킴 아스트루프-아네르스 스카루프 라스무센(덴마크)에 2-1(14-21 21-15 21-17) 극적으로 역전승했다.
남자복식 우승은 2014년 대회에서 고성현-신백철과 유연성-이용대가 남자복식 금, 은메달을 나눠 가진 이후 9년 만이다. 아울러 서승재는 박주봉(1985년 남자복식·혼합복식, 1991년 남자복식·혼합복식), 김동문(1999년 남자복식·혼합복식)에 이어 한 해 세계선수권 다관왕에 오른 세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세계개인선수권은 개인전 5개 종목(남자단식, 여자단식, 남자복식, 여자복식, 혼합복식)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지는 대회 중 최고 권위를 가진 국제 대회다.
[코펜하겐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안세영이 27일(한국시간) 열린 세계배드민턴선수권 여자 단식 결승에서 강한 스매싱을 하고 있다. 2023.08.27 psoq1337@newspim.com |
앞서 벌어진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안세영(삼성생명)은 세계 6위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을 2-0(21-12 21-10) 압도하며 우승했다. 남녀를 통틀어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단식 종목을 제패한 것은 안세영이 처음이다. 한국 단식은 46년간 준우승 2차례, 3위 9차례에 그쳤다. 여자 단식 방수현이 1993년 처음으로 결승전에 진출해 은메달을 획득했고, 1995년 박성우가 남자 단식 준우승을 차지했다.
안세영은 시상식이 끝난 뒤 영어로 "오늘은 내가 챔피언이다. 경기를 이겨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어로는 "즐기니까 (배드민턴이) 잘 되는 것 같다"면서 "(오늘 결승전을) 정말 잘 즐겼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펜하겐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서승재가 27일(한국시간) 열린 세계배드민턴선수권 혼합 복식 결승에서 셔틀콕을 받아내고 있다. 2023.08.27 psoq1337@newspim.com |
앞서 벌어진 혼합 복식에서는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이 세계 1위 정쓰웨이-황야충(중국)을 2-1(21-17 10-21 21-18)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 대회에서 우승한 김동문-라경민 이후 20년 만에 나온 쾌거다. 서승재-채유정은 이날 전까지 정쓰웨이-황야충을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내리 9패를 당했지만 가장 큰 대회인 세계선수권에서 값진 첫 승을 따냈다.
여자복식 김소영(인천국제공항)-공희용(전북은행)은 전날 열린 준결승전에서 아프리야니 라하유-시티 파디아 실바 라마드한티(인도네시아)에게 0-2(9-21 20-22)로 패해 최종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김소영-공희용은 2021년 3위, 지난해 준우승에 이어 3년 연속 입상을 달성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코펜하겐 세계개인선수권에서 박주봉, 방수현, 김동문, 라경민 등으로 대표되는 1990년대 '황금세대'도 이루지 못했던 역대 최고의 성적을 일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뿐만 아니라 2024 파리 올림픽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노메달' 수모를 설욕하겠다는 한국 대표팀의 도전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대표팀의 항저우 대회 목표는 단체전 2개 종목(남자 단체전, 여자 단체전)과 개인전 5개 종목(남자단식, 여자단식, 남자복식, 여자복식, 혼합복식)에서 모두 입상하는 것이다. 이번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 6명 모두 항저우행 비행기에 오르기 때문에 전 종목 메달 획득이 결코 비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다.
한국 배드민턴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부터 2008년까지 5개 대회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7개, 동메달 4개를 땄다. 그러나 2012년부터는 3개 대회 연속으로 동메달 1개에 그치며 '노메달'을 피한 것에 안도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현 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내년 7월 파리에서 '금빛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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