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 대변인 "사실에 근거해 다뤄야...조사 진행"
美 등에선 프리고진 사망에 크렘린 배후설 무게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러시아 크렘린궁이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비행기 추락 사망과 관련한 죽음과 관련한 배후설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프리고진의 죽음에 대한 배후설과 관련해 "우리는 이 문제를 사실에 근거해 다룰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서방에서 제기된 러시아 정부 배후설 등에 대해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아직 사건과 관련한 팩트(사실)가 많지 않다. 이것들은 조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면서 "결과가 나오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거리에 마련된 바그너 용병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추모 공간과 그의 초상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근 프리고진을 만난 적이 없이며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프리고진에 대해 "그는 재능있는 사람이자, 재능있는 사업가였다"면서도 "힘든 운명을 타고났고 심각한 실수도 했다"고 말했다. 또 유족들에게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앞서 러시아 당국은 지난 23일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개인 제트기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주변에서 추락했다"면서 탑승객 10명이 전원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비행기는 바그너 그룹의 전용기로, 프리고진을 비롯해 측근인 드미트리 우트킨 등도 탑승해 있었다. 프리고진과 측근들은 모스크바에서 국방부 관계자들과의 회의에 참석한 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프리고진은 한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준군사 조직인 바그너 그룹을 이끌어왔다. 한때 '푸틴의 해결사'로도 불렸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과정에서 크렘린및 러시아 군부와 알력과 불화가 생겼고, 결국 지난 6월 23일 바그너 그룹 병사들을 이끌고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파죽지세로 모스크바 인근까지 진격했지만 다음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중재한 협상안을 받아들이고 반란을 중단했다.
당시 중재안은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이 반란을 중단하는 대가로 크렘린 당국은 그들에 대한 반역죄 처벌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또 이들이 원할 경우 벨라루스로 옮겨가거나 국방부에 배속돼 전장으로 복귀하거나,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따라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이동했지만 지난 9월초 자신의 자택이 있고 근거지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복귀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21일에는 텔레그램을 통해 위장복을 입고 사막을 배경으로 소총을 든 채 "바그너 그룹은 모든 대륙에서 러시아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고 아프리카를 더 자유롭게 만든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반란 사태 직후 군부를 치하하는 자리에서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에 지원된 막대한 정부 자금에 대한 사용처에 대해 조사를 벌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에도 푸틴 대통령이 사태 수습을 마무리하고, 바그너 그룹을 완전히 장악하면 '자신의 등에 칼을 꽂은 반란 수괴' 프리고진을 그대로 두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와 관련,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러시아에서 푸틴과 관련되지 않은 일은 별로 없다"고 언급했다.
미 국방부 역시 프리고진이 탑승한 전용기가 미사일에 격추가 아닌 폭발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