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전용기 추락사 이후 첫 언급
반란 일으켰던 프리고진 사망 배후 두고 의혹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날 전용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민간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브리고진에 대해 "유능했지만 치명적 실수를 했다"고 언급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수립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수반 대행인 데니스 푸실린과의 회의를 가지면서 TV로 중계된 모두 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항공 사고 비극과 관련해, 나는 희생자 유족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자료에 따르면 와그너 그룹의 소속원들이 거기(비행기)에 있었다,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네오 나치 집단(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과의 전쟁에서 큰 공헌을 했다는 점을 유념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것을 기억하고,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프리고진과 관련해 1990년대 초부터 성공적인 급식 회사를 설립한 전과자였던 프리고진을 알고 지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재능있는 사람이자, 재능있는 사업가였다"면서도 "힘든 운명을 타고났고 심각한 실수도 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밖에 "그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특히 아프리카 등 해외에서 일했고, 성과도 이뤘다"면서 덧붙였다.
러시아 당국은 전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개인 제트기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주변에서 추락했다"면서 탑승객 10명이 전원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비행기는 바그너 그룹의 전용기로, 프리고진을 비롯해 측근인 드미트리 우트킨 등도 탑승해 있었다. 프리고진과 측근들은 모스크바에서 국방부 관계자들과의 회의에 참석한 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프리고진은 한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준군사 조직인 바그너 그룹을 이끌어왔다. 한때 '푸틴의 해결사'로도 불렸다.
그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도 바그너 그룹을 이끌고 참전해 성과를 올렸다. 특히 최대 격전지였던 바흐무트를 함락시키는데도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프리고진은 그러나 전쟁 수행과정에서 크렘린과 러시아 군부와 알력과 불화가 생겼고, 결국 지난 6월 23일 바그너 그룹 병사들을 이끌고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파죽지세로 모스크바 인근까지 진격했지만 다음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중재한 협상안을 받아들이고 반란을 중단했다.
당시 중재안은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이 반란을 중단하는 대가로 크렘린 당국은 그들에 대한 반역죄 처벌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또 이들이 원할 경우 벨라루스로 옮겨가거나 국방부에 배속돼 전장으로 복귀하거나,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따라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이동했지만 지난 9월초 자신의 자택이 있고 근거지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복귀했다.
그는 당시 러시아 당국의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몰수된 일부 재산을 되찾는가 하면 모스크바에서도 목격되면서 그의 거취를 둘러싼 궁금증을 자아냈다.
프리고진은 지난 21일에는 텔레그램을 통해 위장복을 입고 사막을 배경으로 소총을 든 채 "바그너 그룹은 모든 대륙에서 러시아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고 아프리카를 더 자유롭게 만든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반란 사태 직후 군부를 치하하는 자리에서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에 지원된 막대한 정부 자금에 대한 사용처에 대해 조사를 벌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에도 푸틴 대통령이 사태 수습을 마무리하고, 바그너 그룹을 완전히 장악하면 '자신의 등에 칼을 꽂은 반란 수괴' 프리고진을 그대로 두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이와 관련,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러시아에서 푸틴과 관련되지 않은 일은 별로 없다"고 언급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