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승소 → 2심 패소 → 대법, 파기환송
"계약 조항이 회사의 자본적 기초 위태롭게 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투자계약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회사에 특정 주주가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것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 외 2명이 B주식회사와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투자금 반환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앞서 원고들은 지난 2019년 6월 피고 회사가 발행하는 종류주식(특수한 권리가 부여된 주식)을 인수하는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피고 회사가 연구 개발 중인 조류인플루엔자 소독제에 대해 2019년 10월까지 질병관리본부에 제품 등록을, 2019년 12월까지 조달청에 조달 등록을 하고 피고 회사의 요청에 따라 원고들이 동의한 경우 기한을 1차례 연장할 수 있다.
약정 기한 내 제품 등록 및 조달 등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투자계약을 즉시 무효로 하고 피고들의 책임으로 원고들에게 투자금 전액을 즉시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가 기한 내 제품 등록 및 조달 등록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투자금과 함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피고 회사 측은 "이 사건 계약은 피고 회사의 일부 주주인 원고들에게 투하자본 회수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다른 주주들에게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돼 무효"라며 맞섰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 회사가 기한 내에 제품 등록 및 조달 등록을 마치지 못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며 "피고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투자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원고 A가 보유한 주식은 총 발행주식의 5%에, 원고 B, C가 보유한 주식은 각각 10%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조항은 피고 회사의 주주인 원고들로 하여금 투자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서 피고 회사의 다른 주주들에게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주주평등 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조항은 피고 회사의 자본적 기초를 위태롭게 해 회사와 주주 및 채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조항에 관한 기존 주주들의 동의가 있었다고 해서 주주평등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일부를 파기해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 회사가 약정 기한 내 제품 등록 등을 하지 못한 경우 원고들에게 투자금 전액을 반환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이 사건 조항은 회사의 자본적 기초를 위태롭게 해 회사와 주주 등의 이익을 해하는 것"이라며 "설령 기존 주주 전원이 동의했다 하더라도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본 원심 판단은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 회사가 아닌 대표이사 등 개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부분에 있어서는 주주평등의 원칙이 직접 적용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회사와 별도로 투자금 반환의무 존재 여부를 심리·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주주평등의 원칙은 주주와 회사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것이고 대표이사 등 개인과의 관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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