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피해 특화 보험 없어…"실손보험 있어서"
인도에선 폭염으로 일 못할 경우 보험금 지급
"폭염 피해 대응할 수 있는 보험 필요성 커져"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불볕더위로 열사병 환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폭염 피해 맞춤형 보험 상품 개발이 더디다. 자연재해로 인한 재산 피해를 보장하는 보험만 있는 정도다. 반면 해외에서는 열사병 환자를 위한 보험은 물론이고 폭염으로 일을 못하는 피해를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 중에서 폭염 피해 보장에 특화한 보험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사는 없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NH손해보험 등이 풍수해보험을 취급하기는 한다. 다만 풍수해보험은 폭염과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한 주택, 비닐하우스, 상가, 공장 등 재산에 대한 피해 보상에 맞춰져 있다.
아울러 각 보험사는 지방자치단체가 가입하는 시민안전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시민안전보험은 자연재해나 사회적 재난, 대중교통 이용 시 사고 등에 대한 피해를 포괄적으로 보상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계에 열사병 특화 보험 상품은 따로 있지는 않고 재해 보장 상품이 있다"며 "(보험금 지급 심사 시) 열사병이 사람 신체와 관련된 재해로 인정할 경우 보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의 한낮 기온이 35도에 달하는 불볕더위가 찾아온 서울 여의대로 일대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mironj19@newspim.com |
폭염 피해 특화 보험은 없는 반면 온열질환 환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2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에서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128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64명)과 비교해 220명 증가했다. 이 기간 온열질환이 사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7명에서 16명을 증가했다.
보험사는 폭염 관련 특화 상품이 없는 요인 중 하나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을 꼽는다. 실손보험에 가입하면 면 온열질환 관련 진료비와 입원비 등을 포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폭염 피해만을 보장하는 상품은 없다"며 "온열질환 진료비 같은 경우 실손보험으로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日 열사병 전용 보험…폭염으로 일 못했을 때 보험금 주기도
국내와 달리 해외 보험사는 폭염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피해 사례를 예상하고 특화 상품을 내놓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보험사 스미모토생명은 지난해 4월 열사병 전용 보험 상품을 내놨다. 열사병으로 입원하거나 외래 진료를 받을 경우 5000~30000엔(약 4만5000~27만원)을 보장받는다. 가입자는 하루 단위로 가입할 수 있다. 보험료는 1일 100엔(약 904원)이다.
일본 보험사 손포 재팬은 지난해 7월 열사병으로 사망 또는 입원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해보험 특약 계약 기준을 기존 23세 미만에서 전 연령층으로 확대했다. 도쿄해상은 지난 6월 열사병으로 입원할 경우 보험금 지불과 의료 지원이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인턴기자 = 4년 만에 폭염 위기경보 '심각'이 발령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한 노인이 부채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3.08.02 choipix16@newspim.com |
폭염으로 일을 하지 못할 경우 소득을 일부 보장하는 보험도 등장했다. 인도에서는 지난 5월 소액보험 스타트업인 블루마블과 미국 폭펠러 재단, 인도여성노동조합이 여성 노조원 대상으로 파라메트릭 보험을 출시했다. 폭염이 사흘 이상 지속돼 수입이 줄면 일당에 해당하는 3달러를 보험금 명목으로 지급한다. 영국에서는 지난 5월 낙농업자 대상으로 온도 및 습도가 폭염 기준에 도달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 상품이 출시됐다.
강윤지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지구 평균기온이 점차 상승하며 폭염 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폭염 피해에 대응할 수 있는 보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폭염으로 인한 노동, 농촌 피해를 보상하는 파라메트릭 보험이 점차 늘 것"이라고 말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