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감사 전부 금감원 출신
금융지주 계열 증권·보험사에도 포진
정무위 관계자 "공직자윤리법 개정 필요"
금감원장 "금융회사 취업에 오해 없어야"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윤석열 정부와 금융당국 수장이 나서 '이권 카르텔' 혁파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기관 퇴직 후 금융회사 감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감독기관에서 피감독기관으로 이직할 경우 내부통제 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직자의 취업금지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2023.06.29 mironj19@newspim.com |
1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밝힌 '2018~2022년 금융위·금감원 퇴직자 재취업 심사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두 기관에서 퇴직한 이후 금융회사나 금융 공공기관, 로펌 등으로 재취업한 인원은 146명에 달한다. 특히 금융감독원에서 이직한 인원은 125명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금융위원회에서는 21명이 관련 분야로 이직했다. 이는 공직자윤리법상 퇴직 후 3년 이내 취업심사를 받은 경우를 집계한 것이다. 퇴직 후 3년 이상 지나 이직한 사례를 더할 경우 재취업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45명 중 민간 금융사 감사로 간 비율은 15%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지속됐다. 특히 금감원에서 은행으로 이직한 사례가 많았다.
5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감사 대다수는 금감원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KB국민은행은 김영기 전 은행담당 부원장보, 신한은행은 류찬우 전 비은행담당 부원장보가 상근 감사를 역임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민병진 전 은행담당 부원장보, 양현근 전 은행담당 부원장보를 상근 감사로 임명했다. NH농협은행은 최근 고일용 전 은행리스크업무실장을 상근 감사로 신규 영입했다. 이 외에 토스뱅크 감사위원도 박세춘 전 부원장이다.
금융지주 계열사인 증권사와 보험사에서도 금감원 출신 상근 감사를 선임했다. KB증권‧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의 상근 감사와 하나증권의 감사총괄이 금감원 출신이다. 보험사 중에선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 농협생명이 금감원 출신 감사를 영입했다.
이 경우 이해충돌 가능성이 문제로 제기된다. 금융당국 출신 감사 선임의 목적인 전문성이 오히려 감시 방파제 역할을 해 내부통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에서 공직자는 퇴직 후 3년 동안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 없이 일정 규모 이상 사기업이나 기존 업무 관련 기관으로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4급 이상 금감원 직원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제도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법 개정을 통해 취업금지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취업금지 기간을 확대하는 만큼, 이들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금감원에서 금융사로의 이직 사례를 의식한 듯 지난달 4일 '2023년 반부패·청렴 워크숍'에서 공직자의 도덕성을 강조하며 "금감원 출신 금융사 임직원들과의 사적 접촉 및 금융회사 취업에서도 국민의 시각에서 한 치의 오해도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 혁파를 강조한 이후의 발언으로, 그간의 관행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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