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세종청사서 제12차 최저임금위 전원회의 개최
노동계 "경제생산성 증가율, 최저임금 산식에 부적절"
경영계 "최저임금 인상 누적…노동시장 수용성 한계"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노동계가 11일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밀실 논의를 강요하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2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모 언론에서 정부 고위 인사의 발언을 언급하며 내년도 최저임금은 9800원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에 상당한 혼선과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시점에서 적극적인 해명이나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2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3.07.11 jsh@newspim.com |
이어 "그런데 도리어 최저임금위원회의 상황이 실시간 외부로 전달된다며 배석자들에 대한 휴대폰 압수를 비롯한 적극적 조치를 운운하는 공익위원이나 최저임금위원회 사무국의 행태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 심의와 관련, 밀실 논의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박 부위원장은 또 "지난 2년 동안 국민 경제 생산성 증가율을 산출하는 공식은 최저임금 결정 산식으로 타당하지 않고 문제가 많음을 수많은 연구자와 전문가들을 비롯, 노동에서 지속 제기해 왔다"면서 "그런데 공익위원이 일방적으로 2년간 동일하게 사용했고, 올해 또 다시 동일한 산식을 적용한다면 이는 최저임금 결정 산식이 고정화되는 문제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이는 공익위원들의 역할을 넘어 최저임금위원회를 편향적, 일방적, 독단적으로 사용자와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 근로자위원을 대표해 발언한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수백만 저임금 노동자들은 구체적인 명문도 모른 채, 매년 최저임금 수준 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많은 답답함을 느끼고 계시다"면서 "하지만 최저임금의 제도 취지와 목적, 그리고 결정 기준에 맞게 결정한다면, 이렇게 회의가 법정 심의기한을 넘길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법정 시한을 넘어선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정당화했다.
또 류 사무총장 역시 "지난주 회의에서 노동자위원은 최저임금이 경제학 논리에 의해 정형화된 산식, 소위 국민경제생산성 증가율 공식에 따라 결정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면서 "그러한 산식에 의해 결정된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은 물가 폭등 상황이 정상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정형화된 산식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될 경우,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는 더 이상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떠한 소득분배나 생활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류 사무총장은 "노사 이견이 아무리 치열하고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정부는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공익위원분들께서는 이를 조정하고 중재할 의무가 있는데, 올해만 보라도 노동자위원 부재 상황, 정부의 최저임금 수준 가이드라인 제시가 의심되는 정황으로 인해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정성, 자율성,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2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3.07.11 jsh@newspim.com |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겪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최저임금 인상 최소화를 요구했다.
류 전무는 "최저임금 결정 시점이 다가올수록 현 수준의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하시는 우리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 생각하면, 저희 사용자 위원들의 절박함과 압박감도 사실 커지고 있다"면서 "최저임금 고율 인상이 누적되면서 노동시장의 수용성을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류 전무는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이 23.5%로 매우 높기 때문에, 최저임금 고율 인상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자영업자가 상당 부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계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와 최저임금의 인상은 별개라고 주장하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타격을 주는 것을 최저임금 인상임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 지금처럼 최저임금 수준 자체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최저임금이 조금만 오르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절대 작지 않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수출 부진이 우리 경제의 큰 고민거리"라며 "최근 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최저임금 인상에 신규 채용 축소 등 고용을 줄여 대응하겠다는 응답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결국 우리의 경쟁국 대비 높은 최저임금 수준은 수출 경쟁력마저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법에 명시된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