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분리막 시장 2022년 9000억→2030년 7兆
2030년 북미 분리막 시장의 수요 91.8억㎡
SK·더블유씨피 2025년 생산능력서 43%↑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분리막 수요가 급등하면서 한국 업체들의 북미 진출 움직임이 빨리지고 있다.
북미에는 전기차에 주로 사용하는 습식 분리막 제조 업체가 없다. 지금까지 배터리 제조사들은 다른 지역에서 습식 분리막을 만들어 북미 공장에서 셀을 제조했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수칙 발표로 북미에서 분리막을 생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IRA 소비자세액공제(30D) 제도에 따라 미국 전기차 소비자가 총 7500달러(979만원)의 보조금을 받으려면 전기차를 만들 때 사용되는 핵심광물과 부품이 일정 비율 이상 북미에서 생산돼야 한다. 분리막은 부품으로 분류돼 2029년에는 100% 북미에서 생산해야 보조금을 받는다. 올해 북미 생산 비율 조건은 50%다.
북미 전기차용 분리막 시장 규모. [사진=SNE리서치] |
11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용 리튬이온전지(LIB) 분리막 시장은 2022년 7.3억달러(9510억원)에서 2030년 53.1억 달러(약 7조원) 규모로 연평균 28% 성장할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분리막 시장을 북미, 유럽, 중국, 아시아, 기타 지역으로 나누었을 때 북미 시장이 가장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5년 이후 북미 분리막 시장의 수요는 국내 1·2위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와 더블유씨피의 생산능력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분리막 수요가 2025년 이후 양사의 생산능력에서 약 43%이상 증가하기 때문이다.
양사의 2025년 이후 생산능력은 64.08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SKIET는 올해 18.7억㎡ 에서 2025년 40.2억㎡으로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더블유씨피는 올해 11억㎡에서 2025년 23.88억㎡로 생산 목표를 잡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분리막 시장은 2030년 91.8억㎡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배터리의 화재나 폭발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분리막은 배터리의 핵심 4대 소재 중 하나로 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이유로 전기차 분리막은 승인까지 장기간 까다로운 승인 절차가 필요한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공급업체 변경을 위해서는 완성차업체의 승인까지 최소 4년의 기간이 걸린다.
높은 진입장벽으로 분리막 업체도 소수인 데다, 단기간 내 신규 분리막 제조사가 나오기 어렵기에 국내 분리막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시행과 중국 업체들의 낮은 생산성으로 배터리 셀 제조사나 완성차들이 중국 업체를 선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글로벌 분리막 기업으로는 한국의 더블유씨피와 SKIET, 일본의 아사히카세이와 도레이, 중국의 소수 업체를 꼽을 수 있다.
SKIET 직원이 분리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이에 LG화학, SKIET, 더블유씨피는 북미 분리막 생산 공장 설립에 발 빠르게 나섰다.
LG화학은 양극재 생산기지 설립을 위해 확보해 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부지에 분리막 생산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은 테네시주에 170만㎡(약 51만4250평)의 부지를 확보해 그중 일부를 연산 12만톤(t)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공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LG화학의 미국 분리막 공장의 합작사로 일본의 도레이사가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앞서 LG화학은 헝가리에서 도레이와 합작사(JV)를 세웠다. 도레이는 지난달 한국 생산법인을 한국 자회사 산하로 변경했다. 도레이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도레이의 한국 사업 역량을 키우고 국내 배터리 공급망 강화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도레이BSF 한국의 경영 체제도 한국인 중심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SKIET는 현재 폴란드 공장에서 분리막을 생산·공급하고 있지만 IRA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와 멕시코를 생산공장 부지로 놓고 검토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인 SKIET에서 분리막을 공급받는다. 삼성SDI도 더블유씨피에서 주로 분리막을 공급받고 있다.
더블유씨피도 미국 진출을 검토 중이다. 더블유씨피의 주력 고객인 삼성SDI와 합작 공장 형태로 설립이 유력하다. LG에너지솔루션도 소형 분야에서는 더블유씨피에게 분리막을 공급받고 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중국의 분리막 업체들은 현재 수율 50%로 낮은 생산성을 대규모 보조금을 통한 자금 지원과 저렴한 인건비와 전기세 등으로 만회하고 있다"며 "양극재와 음극재 등 다른 소재와 달리 원료 가격 변동에 민감하지 않아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