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그룹사업 연계한 LGU+·SK, 인프라 활용하는 KT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통신사가 뛰어든 전기차 충전 사업이 각 사의 특색에 맞게 진화하는 모양새다. 최근 LG유플러스가 그룹사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최근 합작법인까지 내놓으며 속도를 내고 있다. KT는 충전 인프라 설치 사업,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솔루션, 서비스 쪽으로 집중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전기차 충전사업 합작법인 계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사진=LG유플러스] |
3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 시장은 LG 그룹사 차원에서 주요 계열사가 충전기 제작부터 솔루션, 플랫폼까지 제공하겠다는 전략으로 점찍은 분야다. LG전자 차원에서 충전기 원천 기술을 모으며 관련 업체를 인수했고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생산과 폐배터리 재활용, 재사용을, LG이노텍이 충전용 컨버터 등 충전용 부품을 만든다. LG유플러스는 플랫폼 구축을 맡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최고전략책임자(CSO) 산하에 전기차(EV)인프라사업팀을 신설하고 전기 자동차 충전 사업자 등록을 진행했다. 지난해 말 주변의 충전소 정보, 충전기 사용 예약 등을 앱 하나로 할 수 있는 충전 통합 플랫폼 '볼트업'을 출시했다. 올해 초에는 EV인프라사업팀을 EV충전사업단으로 개편하고 LG헬로비전의 전기차 충전 사업 조직 일부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카카오내비 등 국내 모빌리티 사업의 주축에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합작 법인 설립을 예고하며 생태계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 설립된 합작 법인에 대한 별도의 운영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공정거래위원회 결합심사를 받아본 이후에 구체적으로 의논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지난해 7월 현대차그룹과 7500억원 지분교환을 통한 사업제휴를 진행했다. KT의 도심지역 유휴 부동산과 네트워크를 현대차가 활용하고 KT 역시 새 먹거리 진출을 위해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KT는 전국 주요 거점에 450여개 전화국 부지를 보유하고 있으나 통신시장 경쟁력 약화 등으로 인해 전화국 활용도가 떨어지자 다른 활용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KT는 이통3사 최초로 전기차 충전서비스 사업자 지위를 획득하기도 했다. KT의 자회사 KT링커스는 환경부와 함께 공중전화부스를 전기차 급속충전소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SK브로드밴드가 지분 100%를 투자해 만든 자회사 홈앤서비스는 2021년 전기차 충전 솔루션 브랜드 '홈앤차지'를 출시하고 기아와 함께 공동주택의 전기차 충전 솔루션을 제공했다. SK텔레콤은 국내 전기차 충전 정보 앱인 'EV Infra'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소프트베리'와 협업해 전기차 전력 소비를 예측하는 가상발전소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각사의 역량에 맞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만 SK그룹은 올해 초 8개 계열사에서 각각 운영 중인 서비스를 통합해 운영하겠다며 충전 사업 재편을 예고한 바 있어 북미 1위 사업체를 보유 중인 SK시그넷으로 전기차 사업이 통합될 가능성도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인 홈앤서비스를 통해 전기차 충전 시장에 2021년 첫 진출했다. [사진=SK브로드밴드] |
◆기대감 쏠리는 전기차 시장…이미 포화 상태?
통신사들이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은 2022년 465억4000만 달러(약 61조)에 비해 약 9배 성장한 2030년 4173억(약 545조원) 달러 규모로 성장할 예정이다.
시장 성장에는 탄소배출량 관리를 위한 내연기관차 판매 생산 중단이 큰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내연기관차 판매 생산 중단을 예고한 시점은 2030년~2035년으로 전기차를 이루는 기저 인프라인 전기차 충전 시장도 뒤따라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역시 시장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라, 기업들의 시장 진출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6월 2030년까지 누적 기준으로 전기차를 420만대 보급한다는 목표에 맞춰 충전기를 123만기 이상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무선충전시설 운영자 부담 완화, 시장 활성화 후속조치로 11kW 이하의 무선 충전기기는 허가없이 기기인증을 통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규제 완화도 일부 이루어지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통신사의 인프라 설치 운영은 이통사의 기지국, 인터넷 케이블 사업과 유사하게 보인다. 전기차 충전기에 모뎀, 인터넷 선이 들어가기 때문에 통신사 진출은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충전기 시장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데 비해 추가적인 인프라 고도화가 힘들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참여자들끼리의 치킨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선 이미 대형 충전 사업자가 대기업에 인수된 이후이기 때문에 신규 사업자들의 진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교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이미 기존 충전 사업자와 협력해 주변 충전기를 안내해주는 사업 협력 경험이 있고 이후 직접 사업에 나선 것인데 대기업 인수 전쟁이 끝난 이후라 다소 늦은 감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충전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한 SK시그넷, GS커넥트 등 대표 기업 외에는 가시적 성과를 내는 기업이 없어 올해가 그간 기업들이 준비해 온 사업 성과를 관찰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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