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임에도 침수 피해, 삽시간에 물 불어나
작년 침수 사망 근처 지역임에도 물막이판 설치 미비
고지대일수록 오히려 집중 강수 확률 높아…폭우대비 철저해야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가운데 이로 인한 침수 피해가 서울 곳곳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작년에 침수로 인한 사망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 고지대라는 이유로 대응이 미비해 또다시 물난리를 겪는 지역도 있었다.
30일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 한 다가구주택의 반지하는 전날 빗물이 범람한 흔적이 가득했다. 전날 오후 12시 50분께 순식간에 불어난 빗물에 배수관이 역류하며 반지하 창고는 빗물로 범람했다. 해당 침수 피해는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배수펌프로 물을 빼고 나서야 해소됐다.
침수피해가 일어난 빌라단지는 작년 8월 폭우로 50대 여성이 사망한 반지하 주택에서 불과 1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작년 물난리를 겪었던 다른 지역에 비해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는 이유로 물막이판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인턴기자 = 29일 침수피해를 입은 다가구주택이 위치한 동작구 상도동의 한 주택. 물막이판이 설치되지 않고 도로변에 위치한 문이 열려있는 모습이다. 2023.06.30 dosong@newspim.com |
침수 주택 옆집에 사는 신모(71) 씨는 "옆집에서 물이 차는데도 난리가 날때까지 전혀 몰랐다"며 "고지대여서 침수 피해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고가 나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상도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6) 씨 역시 "작년에 폭우가 한창일 때도 이 동네는 침수 피해가 하나도 없었는데 어제는 소방차가 두 대나 왔다"라며 "이 근처에 물막이판 같은 것도 거의 설치되지 않은 상태인데 비가 많이 오면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면에 흐르는 물이 고이면 순식간에 물이 찰 수 있다"라며 "여기서 흐르는 물로 작년에 신대방 삼거리 앞 시장은 냉장고도 떠내려갈 정도였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인턴기자 = 29일 침수피해를 입은 다가구주택이 위치한 동작구 상도동의 한 도로. 도로 좌우에 연석이 깔려있지 않고 도로 높이가 주택 지역보다 높다. 2023.06.30 dosong@newspim.com |
전문가들은 고지대가 오히려 국지적인 폭우에 취약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높은 언덕이 위치한 고지대는 비구름떼가 능선을 넘으면서 상승기류를 형성해 강한 비가 내린다"며 "상도동 역시 같은 원리로 강우량이 집중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높은 지역에 형성된 주택지역은 일반 도로보다 좁고 주변 주택보다 지대가 높은 곳이 많다"라며 "도로에 모인 빗물이 한꺼번에 골목길로 내려오면 피해를 볼 확률이 높으므로 고지대일수록 물막이판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5일부터 장마전선이 한반도로 북상하면서 서울시 행정당국은 지역 재난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작년 8월 침수피해를 겪었던 사당2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현재도 주민을 대상으로 물막이판 설치를 독려 중"이라며 "재해복구 봉사단 역시 모집해 자생적인 재난 복구 대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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