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800원대 진입 후 900원 초반 등락
엔저 기조 어어질듯…단기 890원선 하락 가능성
엔화 환전·엔화 예금 급증…엔테크 수요 지속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8년 만에 엔/원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에 진입하는 등 최근 역대급 초엔저 현상으로 '엔테크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주에도 엔/원 환율의 800원대 재진입 여부 등 엔화 환율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된다.
25일 외환시장 및 금융권에 따르면 엔/원 재정환율은 800원대 진입 이후 900원 초반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6일 기록한 연고점(1003.61원)과 비교하면 약 두 달 여만에 100원 정도 하락했다. 지난 19일에는 897.49원을 터치하며 2015년 6월 25일(897.91원) 이후 약 8년 만에 800원대를 찍기도 했다.
엔/원 환율이 최근 급속히 하락한 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에서 긴축을 이어가는 가운데 일본은행(BOJ)은 나홀로 완화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일본은행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 상태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는 기존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19일 원·엔화 환율이 900선이 무너진 899.90 기록하기도 했다.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3.06.19 leemario@newspim.com |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조기에 정책을 바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어 미국과 일본간의 통화정책, 금리 차이를 반영해 달러/엔 환율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며 "엔/원 환율은 일시적으로 890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일본은행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지만 당분간 완화적인 정책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엔저 기조가 이어지면서 엔/원 환율의 단기 저점으로 100엔당 890원선 정도를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100엔당 800원대까지 떨어진 이후 900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890원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초엔저 현상에 엔화 환전, 엔화 예금 등 엔테크 열풍도 커지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 5월 엔화 환전액은 301억6676만3665엔으로, 전년 동월(62억8506만2474엔) 대비 380% 폭증했다. 엔화 환전액이 급증한 건 엔화가 저렴할 때 일본 여행을 떠나거나, 환차익을 기대하며 엔화를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3년 5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거주자의 엔화예금 잔액은 62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 달 새 9억3000만달러 늘었다.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1327.93원)로 환산하면 1조235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엔화 값이 저렴할 때 재테크 목적으로 엔화예금에 여윳돈을 넣어두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자금 일시 예치와 개인의 여유자금 예치 등으로 엔화예금 잔액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