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역~김포공항역 출퇴근 시간대 김포골드라인 탑승
오전 8시~8시20분 가장 붐벼…하루 1~2명 응급환자 발생
버스증차, 버스전용차로 '단기적 대책'…지하철 수요 분산 시급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경기도 김포시 장기역에서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역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22분. 6개 정거장을 거치는 동안 객차 안의 분위기와 공기는 각 역에 정차할 때마다 달라졌다.
김포공항역에 가까워질수록 주위사람들과 밀착하게 됐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 몸에 힘이 들어갔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고 있었지만 콧잔등엔 땀이 맺히기까지 했다. 지난 4월 '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 특별대책'이 발표된지 두달이 지났고 이후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운영을 비롯해 대책이 실시된지 1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출근길은 숨이 막혔다.
버스전용차로와 셔틀버스 운행 등으로 혼잡도는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하철 5호선 연장, GTX(도시광역철도)-D 노선 신설 등 중장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경기도와 김포시 등에 따르면 출근 시간대 김포공항역 기준 김포골드라인 승차 인원이 4월 10일 1만1200여명에서 지난 12일 1만여명으로 혼잡도가 220%에서 191%로 개선됐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김포공항역으로 가는 김포골드라인에 출근하는 승객들이 가득 타있는 모습. 2023.06.19 min72@newspim.com |
◆ 장기역~김포공항역 출퇴근 시간대 탑승…여전히 혼잡도 ↑
김포골드라인은 '김포골병라인' '지옥철'로 불린다. 잦은 고장과 승객 혼잡으로 악명이 높은데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혼잡도가 최대 289%에 달하기도 했다.
혼잡도는 객차의 혼잡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전동차 한 칸에 승차인원이 정원을 채우면 100%로 표기된다. 김포 골드라인 전동차 한 칸의 정원은 172명이다. 혼잡도가 191%일 경우 정원의 두배에 가까운 약 330명이 한칸에 탑승한다는 의미다.
이날 오전 7시 20여분쯤 장기역에서 김포골드라인을 탑승해봤다. 한창 출근시간대인 점을 감안하면 빈자리는 없었지만 전동차 안은 공간이 널널했다. 운양역과 걸포북변역을 지나면서 승객들이 많이 탔지만 '지옥철'의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포공항역에 가까워지면서 승객들이 점차 밀착되기 시작했다. 사우역(김포시청)에 도착하자 밀고 들어오는 승객들에 점차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이후 풍무역과 고촌역에서도 없는 자리를 비집고 승객들이 더 탑승했다. 탑승하지 못한 승객들은 아쉬워하며 안내요원의 지시에 따라 선밖으로 물러났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 혼잡도는 수년간 경험해봐서 익숙했다. 하지만 김포골드라인은 기존 지하철 혼잡과는 달랐다. 2량짜리 작은 열차로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 탓에 탑승칸에 사람이 많다고 다른 칸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승객과 살이 맞닿지 않게 피할수 있는 여유공간 조차 없었다. 주변 사람들과 밀착한 상태로 최대한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서 김포공항역에 빨리 도착해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김포공항역에 내리자 비로소 숨을 편히 내쉴 수 있었다. 5~6명의 형광조끼를 입은 안전요원들과 대한구조단이 응급처치를 위해 역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한구조단 관계자는 "오전 8시에서 8시20분대가 가장 승객들이 많은 시간"이라며 "응급환자는 하루 평균 1~2명씩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흡곤란 어지럼증 호소 등 아무래도 식사를 못하고 오는분들의 경우 산소부족으로 인한 증상을 겪고 있다"면서 "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김포골드라인 혼잡대책 실시 이전에 탑승하지 않아 기자의 명확한 비교는 어려웠다. 하지만 서울지하철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혼잡도를 직접 느꼈을 때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더욱이 이는 '개선'된 것이란 점이란 게 놀라웠다.
김포공항역에서 만난 한 김포 시민은 "혼잡도가 다소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실제 느낄 수 있는 쾌적함은 거의 없다"며 "열차 3~4량으로 늘리던지 배차 시간을 출퇴근 시간대 만이라도 1~2분으로 당기던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김포공항역에 내린 승객들이 환승구로 향하고 있다. 2023.06.19 min72@newspim.com |
◆ 버스증차, 버스전용차로 '단기적 대책' 불과…"지하철 연장·GTX 신설 속도 내야"
국토부는 지난 4월 18일 '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두달이 지났지면 여전히 출근길 김포골드라인에는 승객들이 가득했다. 혼잡도가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서울 지하철 혼잡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지난해 기준 출근 시간대 서울 주요 지하철 혼잡도를 보면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구로구 신도림역이 최대 130%, 5호선과 8호선이 만나는 강동구 천호역이 134%였다. 하지만 경전철은 얘기가 다르다. 같은 시간대 우이신설선 정릉역의 평균 혼잡도는 154%며 솔샘역 114%, 북한산보국문역 136%, 정릉역 154%, 성신여대입구역 122%를 기록했다.
신림선의 경우도 전체 11개 역 중 9개 역의 출근길 평균 혼잡도가 100%를 넘고 있다. 서울지방병무청역이 147%로 가장 높고 당곡역과 보라매병원역이 144%, 136%로 뒤를 잇고 있다. 이보다 훨씬 높은 혼잡도를 자랑하는 김포골드라인을 김포 시민들은 매일 타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버스증차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1분 1초가 급박한 출근길 상황에 버스는 정시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울시가 혼잡대책으로 설치한 버스전용차로는 중앙차로가 아닌 가로변 차로라 실제 효과도 믿음이 가지 않을 수밖에 없다.
김포골드라인 혼잡대책의 해결 방안으로 꼽히는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으며 장기 대책인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김포~부천 노선 신설은 10년 이상 장기사업으로 꼽히고 있는데다 서울 직결 노선이 아닌 만큼 실효성에서도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증요법의 추가 시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버스전용차로, 셔틀버스 투입 등은 단기적인 대책이지만 지하철 5호선 연장, GTX 노선 신설과 같은 대책은 실현 시기가 먼 만큼 미봉책이라도 당장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추가 버스 투입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정부의 추가 대책 역시 셔틀버스의 추가 투입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3일 김포골드라인 혼잡개선 대책성과를 점검하기 위해 직접 열차에 탑승했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은 "지난 4월 현장점검 이후 버스전용차로 개통, 버스증차 등 단기대책을 추진한 결과 혼잡상황이 일정수준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시민들께서 이용하기엔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며 "아파트단지 셔틀버스 투입 효과가 높은 만큼 신규노선 신설을 적극적 검토하고 근본대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서울 5호선 연장사업 세부노선 조속 확정 등 과제들도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김포시민은 "5호선 연장이 최대 현안이겠지만 우리도 이것이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는 기대도 않는다"며 "김포공항역까지 연결하는 셔틀버스를 늘리는 것이 단기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