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방·중흥·우미·제일건설 벌떼입찰 조사
호반건설 제재로 사실상 벌떼입찰 처벌기준 제시
공정거래법상 담합 아닌 부당지원 혐의에 포커스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건설사들의 '벌떼입찰' 의혹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최근 과거 벌떼입찰을 벌인 호반건설에 계열사 부당지원·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로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현재 대방·중흥·우미·제일건설 등 벌떼입찰을 벌인 것으로 의심되는 건설사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벌떼입찰 자체를 문제삼고 있지는 않지만 그 과정에서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부당 내부거래)가 있다면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제재를 받는 건설사들이 늘어날 수 있다.
◆ 호반건설 '벌떼입찰'…부당지원·사익편취 제재
19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총수인 김상열 전 회장의 장·차남 소유인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과 이들의 완전자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이들 회사에 사업기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다.
페이퍼컴퍼니에 가까운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해 이들을 공공택지 추첨 입찰에 참가시켜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다수의 공공택지를 확보한 후 이를 총수 자녀 소유 회사와 그 자회사에 몰아준 혐의다.
공정위는 벌떼입찰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입찰 담합을 했거나 부당 지원을 목적으로 공공택지를 전매했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건설사들은 과거 2013년 말부터 2015년까지 공공택지를 공급받기 위해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였는데, 당시 공공택지는 원칙적으로 추첨을 통해 공급됐다. 사전에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합의해 담합을 하기는 힘든 구조였다. 따라서 호반건설에 입찰 담합 혐의를 적용하진 않았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의 부당지원·사익 편취 행위에 대해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이 가운데 공공택지 양도 행위에 부과한 과징금이 약 360억원이다. 공공택지를 넘겨준 호반건설에 180억원, 이를 양도받은 9개 회사에 각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총수 자녀 회사들이 넘겨받은 23개 공공택지 사업에서 분양매출 5조8575억원, 분양이익 1조3587억원이 발생했지만 과징금은 분양이익의 약 2.6%에 불과했다. '부당 지원금액'을 특정하기 어려워 정액 과징금의 최고액(20억원)을 부과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 나머지 벌떼입찰 건설사들도 부당지원 여부가 핵심
이번 호반건설 제제는 건설사들의 '벌떼입찰'에 대한 공정위의 처벌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말 대방·중흥·우미·제일건설의 벌떼입찰 의혹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앞서 같은 해 9월 국토교통부가 벌떼입찰 근절 대책을 발표한 뒤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에도 공정위가 벌떼입찰을 입찰 담합으로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4월 25일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2023.04.27 dream78@newspim.com |
한기정 공정위원장도 국정감사에서 "입찰 담합은 투찰가격 등 담합에 관한 핵심 요소를 합의해야 하는데 벌떼입찰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회사가 참여한 구조이기 때문에 입찰 담합이라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대방·중흥·우미·제일건설 등 4개 건설사 벌떼입찰 관련 사건에서도 낙찰 이후 이뤄진 계열사 간 거래에서 부당지원 행위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어떤 방향으로 (사건을 처리를) 할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곤란하다"면서 "국토부로부터 (벌떼입찰에 대해) 조치해달라는 의견을 받아서 지금 (사건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벌떼입찰 자체에 대해서는 형법상 업무방해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 벌떼입찰 의심업체 현장점검 후 각각 10개사, 13개사를 경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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