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의 핵 손흥민·김민재 공백 실감
수비 허둥대고 공격 골결정력 부족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차포 뗀 클린스만호는 페루를 압도하지 못했다. 김민재 없는 수비는 허술했다. 손흥민 없는 공격은 주먹구구였다. 이강인의 발끝만 빛났다. 화려한 드리블과 송곳같은 패스로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긴장한 수비는 상대 선수를 자주 놓쳤다. 위욕만 앞선 공격은 결정적 기회를 날렸다. 후반 힘빠진 페루를 거칠게 몰아붙였지만 골결정력이 아쉬웠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평가전에서 0대1로 졌다. 클린스만 감독의 부임후 첫 승리는 다시 미뤄졌다. 경기장을 찾은 5만여명의 축구팬에게 클린스만호 1기의 색깔이 뭔지 보여주지 못했다.
이강인이 1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평가전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사진 = KFA] |
클린스만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공수의 핵 손흥민과 김민재가 빠져 플랜B를 가동, 큰 폭의 변화를 줬다. 이기제-정승현-박지수-안현범이 4백을 구성했다. 황인범과 원두재는 중원을 맡았고 이재성과 이강인이 측면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오현규와 황희찬이 공격수로 나섰고 손흥민 대신 주장 완장을 찬 김승규가 골문을 지켰다. 황희찬은 클린스만호 첫 선발 출전이고 오현규는 A매치 첫 선발이었다.
전반 초반 페루가 주도권을 잡았다. 페루의 압박에 한국 진영에서 공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번번이 끊겼다. 전반 5분 게레로의 위협적인 오른발 슈팅을 허용했지만 김승규가 공을 잘 걷어냈다. 전반 11분 페루는 레이나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안현범이 센터백 자리를 메우기 위해 이동하면서 생긴 빈 공간으로침투한 레이나를 놓쳤다.
27분 이강인의 정교한 스루패스로 오현규가 골키퍼와 맞서는 기회를 잡았다. 힘이 너무 들어가 슈팅은 골문을 많이 빗나갔다. 왼쪽에 좋은 위치에 있는 우리 선수들을 보지 못한 점도 아쉽다. 33분엔 이강인이 위력적인 왼발 감아차기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한국의 전반 첫 유효 슈팅. 전반 추가시간 이강인이 프리킥을 시도했지만 벽에 맞고 나왔다. 결국 전반은 0대1로 뒤진 채 끝났다.
후반들어 한국이 파상공세를 펼쳤다. 공격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후반 18분 오현규와 이재성을 빼고 조규성과 홍현석을 투입했다. 후반 28분 한국은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이강인의 헤더가 골문을 향했지만 갈레세의 선방에 막혔다.
한국은 날카로운 이강인의 크로스와 패스로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후반 31분 이강인이 올린 크로스를 조규성이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문 옆으로 빗나갔다. 후반 43분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 만회골을 연상시키는 이강인 코너킥에 이은 조규성의 헤더도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이날 이강인은 익숙하지 않은 오른쪽 날개로 나섰지만 7번의 기회 창출과 슈팅 3회, 드리블 성공 3회를 기록하며 고군분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일대일 싸움에서 고전했다. 후반엔 우리가 경기를 주도했다. 기회가 많았지만 득점하지 못하면서 패했다. 후반전엔 우리가 원했던 모습을 조금은 볼 수 있었다"고 경기를 평했다. 이어 이강인에 대한 질문에는 "잘 성장하면 더 좋은 모습 보여줄 것"이라며 "좋은 선수 혼자서 경기 결과를 가져올 순 없다"고 덧붙였다.
후안 레이노소 페루 감독은 "한국은 월드컵에 나간 뛰어난 팀이다. 그런 한국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하고 승리해 기쁘다"고 했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20일 오후 8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엘살바도르와 6월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엘살바도르는 지난 15일 치러진 일본과의 원정 친선경기에서 0대6으로 패했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