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그룹서 글로벌 전략 짠다...SK 3월 글로벌대관 신설
"기업들, 경제성보다 지속 가능한 안전성에 집중"
[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용 기자 = "한국, 일본, 대만, 미국 등 각 국가가 반도체·배터리·완성차 등으로 경쟁하고 있는 흐름은 국가 대항전 상황입니다. 공급망 이슈, 국가별 보호주의 강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선 변화한 상황에 맞게 기업들도 글로벌 전략을 수립하는 기능이 강화될 수밖에 없겠죠." 한 4대그룹 고위관계자는 최근 4대그룹 중심으로 나타나는 글로벌 대응 전담조직 강화 움직임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국내 4대 그룹이 미·중 패권전쟁으로 이어지는 신냉전 기류와 맞물려 기존의 시장경제체제의 틀을 깨는 대외 변수들이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자, 그에 맞춰 새 판을 짜기 위해 전문가를 영입하고 조직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위기의 K-기업] 글싣는 순서
上. '상저하저' 위기감 커지는 재계...하반기 먹구름
中. 글로벌 전략 다시 짜는 4대 그룹
下. "한국 기업 중간재 없어졌다...수출 다변화가 살길"
14일 업계에 따르면 LG는 다음달 LG경영개발원 산하에 글로벌 대응 총괄 조직인 '글로벌 전략센터'를 출범한다. 센터장에는 국무조정실 1, 2차장을 지낸 윤창렬 서울대 객원교수가 영입될 예정이다. 윤 교수는 신설되는 전략센터에서 LG그룹 차원에서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글로벌 전략을 짜는 역할을 수행한다.
LG 배터리 계열사 LG에너지솔루션과 소재계열사 LG화학 등은 지난해 8월 시작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영향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유럽연합(EU)에서 추진 중인 배터리법과 핵심원자재법(CRMA) 등 역시 LG 사업의 사정권 안에 들었다.
지금까지 LG의 글로벌 전략은 각 계열사별로 파편화 돼 움직였다면, 7월부턴 윤 교수가 이끄는 글로벌 전략센터를 필두로 그룹 차원에서 미국, 유럽 등 해외 여러 나라 법과 정책을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3월 SK그룹 역시 글로벌 대관 총괄조직인 GPA(Global Public Affair·글로벌 공공업무)팀을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로 신설했다. 이 팀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김정일 SK스퀘어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전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 실장 출신으로 북미 전문가로 알려졌다.
과거 SK이노베이션 및 SK텔레콤 등 에너지, 통신사업이 SK그룹의 주 축이었다면, 그룹 내에서 SK하이닉스가 덩치를 불리고 SK온이 SK그룹 신사업으로 각광받으며 SK그룹은 글로벌 대외 이슈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중요해졌다. 반도체 사업을 하는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법으로 중국 생산 시설 운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한편 배터리사업을 하는 SK온은 미국의 IRA, 유럽의 핵심원자재법 등에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역시 기존에 글로벌 대관업무를 하는 조직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를 북미법인 부사장으로 영입했고, 이어 지난해 7월엔 권혁우 전 산업통상자원부 미주통상과장을 GPA 그룹장으로 영입했다. 현대자동차는 김동조 전 대통령 외신대변인을 상무로 영입해 6월초부터 출근을 했고, 김일범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도 7월에 부사장으로 영입할 예정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예전엔 자유무역으로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판로를 개척하고 공급망을 개설해 왔다면 지금과 같은 신냉전 시대엔 전략적 지역 전문가가 필요하다"면서 "과거 단순히 매출이 많이 나오는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으로 기업들이 움직였다면 이제는 과거 메커니즘으론 대응이 어려워졌고 기업들은 미중갈등, IRA 이슈 등 세계 질서를 잘 파악해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글로벌 자율시장 경제에 맞춰 글로벌화가 최고도로 진전돼 있고, 코로나 이후 미중 갈등에 따라 공급망 이슈가 현안 과제로 부각됐다"면서 "그 전에는 기업들이 경제성 위주로 글로벌 전략을 세우다가 이제는 안정성에 보다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글로벌 전담조직 역시 지속 가능한 안정성 확보 차원의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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