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국방대 안보문제硏 책임연구원
IPEF, '中 경제강압 대응' 反中공조체제
安美經中→安美經世 국제정치·경제 의미
반도체 강점 기반, 中 견제 지렛대 확보
인도태평양 경제협의체(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IPEF) 장관회의가 지난 5월 27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렸다. 무역과 공급망, 청정 경제, 공정 경제 4개 분야 협상 현황을 점검했다. 필라2 공급망 협정에 대해 약 6개월 간의 긴 협상을 거쳐 타결을 선언했다.
IPEF는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경제협의체다.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인도, 태국,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13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중국의 맞춤형 경제 제재에 공동으로 대처해 공급망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협의체다.
IPEF 참여국의 국내 총생산(GDP) 합은 전 세계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IPEF 공급망 협정은 그간 한국이 체결한 협정 중 참여국의 경제 규모가 가장 크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제공함으로써 역내 경제 협력을 증진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수 국방대 안보문제硏 동북아센터 책임연구원 |
◆對中 의존도 높은 자원, 공급망 다변화
중국은 미국 주도의 IPEF가 대중국 압박의 일환으로 창설된 아시아에서의 '경제적 나토(NATO)'라고 지목하면서 비난하고 있다. 이번 IPEF 장관회의에서 필라2 공급망 협정 타결의 국제 정치·경제적 함의를 알아보고자 한다.
첫째, IPEF는 경제적으로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는 반중(反中) 국제공조체제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는 국제공조체제다. IPEF 회원국들은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은 자원에 대해 공급망을 다변화함으로써 중국의 압박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특정 분야에서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면 14개 나라 정부로 구성된 '위기대응 네트워크' 를 가동해 상호 공조를 요청한다. 그리고 대체 공급처와 운송 경로, 신속 통관 등 가능한 위기에 공동 대처한다.
둘째, 정치적으로 IPEF는 중국의 주변국들에 대한 전랑(戰狼)외교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와 대만에 대한 자기주장을 강화해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과 영토 분쟁이 있는 동남아시아 당사국들은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해 IPEF 차원에서 경제적 강압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셋째, 군사적으로 첨단 무기의 소재가 되는 반도체 공급망의 대중 통제로 중국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반도체가 없으면 첨단 국방 분야 무기 개발이나 우주 분야 발전이 불가능하다. 미국은 미국이 만든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에 대해 인공지능(AI)과 우주개발, 국방 관련 첨단무기 분야에 있어서 미국 추월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안덕근(왼쪽 일곱번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023년 5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
◆반도체·배터리 활용, 복합외교 국익 극대화
넷째, 지정·경학적 차원에서 한국은 중국 주도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F)과 미국 주도의 IPEF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IPEF 타결로 복합외교를 통한 한국의 통상(通商) 지렛대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는 안미경중(安美經中)에서 안미경세(安美經世)로 전환한다는데 국제 정치·경제적 의미가 있다.
중국 주도의 RCEP의 규모를 능가하는 미국 주도의 IPEF는 중국의 경제적 강압으로부터 피해를 상쇄할 수 있는 미국 주도의 대안 제시라고 할 수 있다. 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굴기(堀起)를 견제하기 위한 높은 수준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 기준이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부분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게 됐다.
지난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분리(decoupling)가 아닌 위기를 감소시키는 전략(derisking)에 합의했다. 이는 중국을 국제무역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닌 중국의 굴기를 억제함으로써 위기를 감소시키자는 미국 중심의 맞춤형 대중국 압박정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그간 한국에 대해 사드(THAAD) 보복과 한한령(限韩令), 한국 포털사이트 폐쇄와 같은 압박을 통해 한국에 대한 맞춤형 강압정책을 실행해오고 있다. 이번 IPEF 공급망 타결로 인해 한국은 반도체 부분에서 강점을 기반으로 중국을 견제할 지렛대를 갖게 됐다. 한국도 중국의 압박에 공급망 다변화로 대응할 수 있고 오히려 반도체 공급에 있어서 중국을 압박할 수단을 갖게 됐다.
현재 서방 세계는 제조 중심의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고 있다. 한국은 첨단 반도체와 우수한 배터리 제조 능력 강점의 지렛대를 잘 활용해 주변 강국과의 복합외교를 통해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번 IPEF 타결을 계기로 한국은 외국기업들이 투자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했다. 우수한 첨단기업들을 유치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로 활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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