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후보에 주주추천 추가...더 강화된 주주권한
사내이사 권한 축소..."외풍대응·정체성 유지 어려워"
[서울=뉴스핌] 김지나 조수빈 기자 = KT가 대표이사 선임 관련 정관 및 규정을 변경하며 새 대표이사 선출에 있어 주주 입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KT 대주주가 국민연금인 만큼 이번 변경으로 정치권 낙하산 인사도 우려된다.
9일 KT는 이달 30일 임시주총에서 대표이사 선임 관련 정관을 개정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할 계획을 밝혔다. 이번 개정을 통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대표이사 선임에 있어 주주들의 입김이 더 커진다는 점이다.
KT는 대표이사 후보자에 대한 주주총회 의결 기준을 보통결의 의결 참여 주식의 50% 이상 찬성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상향 조정했다.
KT 광화문 본사 전경. [사진=KT] |
향후 대표이사를 선임 할 때도 신규 후보는 이번 주주총회와 동일하게 의결 참여 주식의 60% 이상 찬성이 필요하고, 연임 후보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의결참여 주식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통해서만 대표이사로 선임될 수 있다.
이 경우 주주 경제에 따라 외부 낙하산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대표이사 의결정족수를 높이게 될 경우 주주들이 반대하면 선임을 못 하고, 낙하산 인사가 후보가 됐을 때 주주들이 반대하면 안 될 수도 있다"면서 "이것을 예견해 정부에서 낙하산을 앉히려는 요인이 적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대표이사 후보자 선정 과정에 있어선 국민연금의 입김이 반영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 KT는 이번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한해 후보자 주주추천 절차를 추가했다.
당초 구현모 전 KT 대표를 '연임우선심사 제도'를 통해 후보자로 올리며 짬짜미로 후보자를 선정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후보직 사퇴로 이어졌다. 이에 KT는 '연임우선심사 제도'를 폐지하는 한편 주주추천을 비롯해 전문기관 추천, 공개모집을 통해 외부 대표이사 후보군을 물색하고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사내 후보군을 선발하기로 한 것이다.
KT 관계자는 "이번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연임이나 공모 과정에서 논란이 많이 됐었고, 유독 이슈가 많았던 만큼 이것을 상쇄하기 위해 이번 선임 과정에 한해 주주추천을 도입한 것"이라며 "그만큼 선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더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표이사 선임에 주주추천이 추가된 만큼 KT 지분율이 높은 국민연금과 2대주주 현대차그룹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연금은 KT 지분 8.27%를 가지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 4.69%, 현대모비스 3.1% 등 총 7.79%의 KT 지분을 가지고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번 변경안으로 사내이사의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는 점이다. 사내에서 대표이사 후보를 뽑고, 후계자 육성 업무를 하게 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경우 사내이사는 배제되고 오롯이 사외이사로만 구성된다.
여기에 사내이사 수 역시 3명에서 2명으로 축소하는 한편 복수 대표이사 제도는 폐지되고 대표이사 1인 중심 경영체제로 전환해 대표이사의 책임이 더욱 강화된다. 사내이사의 경우 기업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사내 중요한 의사결정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전문가다.
안효섭 한국ESG연구소 본부장은 "사내이사가 축소되면 사외이사의 견제를 받을 사내이사 자체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고, 이 경우 외풍에 대한 대응이나 기업 정체성 같은 줏대를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오히려 전문적이지 않은 사외이사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주위 목소리에 의해 기업 경영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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