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과거 법령, 연혁 살펴보고 있어"
2015년 백남기 사건 이후 운용 중단
2021년까지 폐차 진행…국내 살수차 0대
여소야대 국면‧정부 사고 책임 부담 따라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 최근 도심 불법 집회‧시위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경찰이 '캡사이신'에 이어 '살수차' 도입 검토에 나섰다. 하지만 법령 개정뿐만 아니라 예산, 정치권, 국민 여론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현실적으로 도입까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7일 "살수차 재도입 관련해 과거 법령과 연혁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아직 논의 초기 단계라 구체화 된 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말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살수차 재도입 관련해 "그 부분은 차차 시간을 두고 말씀 드리겠다"며 도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경찰 내부에선 살수차에 대해 '당장 할 수는 있지만, 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살수차는 지난 2015년 11월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이후 운용을 중단했다. 경찰은 지난 2020년 1월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해 '소요 폭동'이 발생했을 때만 살수차를 쓸 수 있도록 제한했다. 기존에는 '불법 집회·시위'에도 사용할 수 있었다.
이후 살수차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폐차를 진행해 지금 국내에 남아있는 차는 한 대도 없다. 만약 법령을 개정해 살수차 사용이 가능해진다고 해도 당장 국내엔 없는 것이다. 또 살수차 정품은 8~10억원, 카피품은 3~4억원으로 필요한 예산도 만만치 않다.
경찰 관계자는 "결국 경찰 손에서 결정될 수 있는 건 없다"며 "예산, 법령 모두 정치권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인턴기자 =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은 오후 서울 곳곳에서 2만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2023.05.31 choipix16@newspim.com |
정치권 입장에서 봐도 살수차 재도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가 여소야대 상황인 데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야권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당장 법 개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청장의 살수차 언급 다음날인 지난 1일 경찰의 살수차 사용범위를 '소요사태로 인한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로 제한하고, 살수차를 집회시위의 해산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사람을 향한 직사살수를 금지하는 등 내용을 담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살수차 재도입은 결국 집회‧시위에 대해 강제진압을 하겠다는 의미이고, 인사 사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만일 살수차 사용으로 인한 사고가 나면 책임 문제가 불거지게 될 것이고, 정부에서도 부담이 따를 것이기 때문에 재도입을 섣불리 추진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살수차 재도입이 나올 단계는 아니라는 의견이다. 무력 장비보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정확한 운용, 비폭력 노력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집회 소음 위반이 100건이 넘는데 경찰이 확성기를 뺏은 경우는 1건 밖에 없다는 통계가 있다"며 "미국처럼 어떤 상황에라도 예외 없이 집시법을 제대로 운용한다면 캡사이신이나 살수차가 필요없다. 경찰이 법 집행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살수차 도입 검토 등의 발언은 노조를 더 자극하고 대립을 극한상태로 치닫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경찰을 비롯한 정부는 끊임없이 비폭력으로 갈 수 있는 노력을 먼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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