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사전투표를 했음에도 추가로 투표를 하려다 적발된 70대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사전투표 당시 당사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는데다 투표소 담당자의 실수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반정모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7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3월 5일 서울 중랑구에 설치된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에 사전투표를 했다. 사전투표를 마쳐 투표 자격이 없음에도 대통령선거 당일인 3월 9일 서울 중랑구에 있는 투표소에 들어갔다.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서울북부지방법원 2022.03.18 krawjp@newspim.com |
이후 투표를 하지 않은 것처럼 투표관리관과 사무원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본인 여부를 확인받은 뒤 투표를 추가로 했다. 이로 인해 투표소 출입제한규정위반과 사위투표 혐의가 적용됐다.
A씨와 변호인은 이에 대해 사전투표를 한 사실을 잊은채 9일 본투표를 한 것이어서 투표소 출입제한규정위반과 사위투표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사전투표를 하게 된 경위에 대해 "당시 친구들과 술을 마셨는데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데 증거가 있으니 자신이 투표를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전투표 후 본투표를 한 사실은 입증이 됐지만 사전투표한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숨긴채 고의로 본투표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전투표 마치고 재차 투표를 감행하는 것은 1인 1투표 원칙 위반으로 중대한 범죄행위"라면서 "발각의 위험성이 큰 범죄행위에 나아가게 되면 범행의 동기가 드러나게 마련인데 피고인이 본투표를 하게 된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사전투표 당시 피고인의 음주 정도, 사전투표 동기, 투표 경험, 진술태도를 종합하면 사전투표일에 음주상태로 귀가하던 중 특별한 이유 없이 사전투표를 했고 이를 의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이 음주상태로 착오나 혼동을 일으킬 여지도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대선 투표 당일 투표소 선거관리인들의 실수가 있었던만큼 A씨에게 이중투표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본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투표소 담당자 중 누구도 선거인 명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실제 선거관리인 측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했었다"면서 "이 사건은 선거관리 담당자가 본투표 당일 선거인 명부만 제대로 확인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자신도 모르게 이중투표를 한 피고인만 처벌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