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파트값, 1년4개월 하락 끝내고 상승 반전
대표지역 송도·청라, 최고가 대비 30~40% 하락거래 지속
입주물량 증가, 전셋값 하락에 추가적 상승 여력 미미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지난해 수도권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던 인천 아파트값이 1년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지만 반등 추세를 이어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인천 대장격인 송도, 청라 아파트값이 최고가 대비 30~40% 하락한 가격에 실거래되며 약세장을 지속하고 있다. 추가적인 상승세를 기대하기보다 실수요자의 관심이 늘었을 때 집을 처분하겠다는 심리가 강하게 나타난 셈이다. 입주물량이 대폭 늘어나 집값뿐 아니라 전셋값 약세가 예상되는 것도 분위기 반전에 부담이다.
◆ 16개월 만에 상승 반전했지만...최고가 대비 반토막 수준 거래 여전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인천 주요지역 아파트값이 최고가 대비 40% 정도 빠진 가격에 실거래되고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더샵마스터뷰22BL'의 전용 84㎡는 최고가 대비 4억8000만원(41%) 하락한 6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올해 들어 7억~8억원 수준에 거래되며 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7억원대 이하로 주저앉았다. 2015년 입주한 이 단지는 송일초등학교, 인천예술중학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를 걸어서 통학할 수 있고 인천1호선 인천대입구역이 가까워 지역 내 선호도가 높은 곳이다.
송도동 '더샵그린스퀘어'의 전용 84㎡는 최고가 대비 3억8500만원(35%) 빠진 7억1500만원에 실거래됐다. 2021년 하반기 10억원선이 무너진 뒤 1년 넘게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급매물 소진으로 시세가 소폭 반등했으나 7억원선 유지가 버거운 분위기다.
송도와 함께 지역 선호도가 높은 청라국제도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서구 청라동 '청라제일풍경채2차에듀&파크 2차'는 전용 84㎡가 최고가 대비 3억4100만원(36%) 하락한 5억9900만원에 거래됐다. 청라동 '호반베르디움앤영무예다음'은 전용 59㎡가 최고가 대비 2억7500만원(41%) 빠진 3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한 인천의 아파트값은 이달 둘째주 보합을 기록한 데 이어 셋째주에는 0.03% 올랐다. 인천 아파트값이 오른 것은 지난해 1월 24일(0.02%) 조사 이후 약 16개월 만이다. 계양구와 중구가 각각 0.13%, 연수구 0.08%, 서구 0.04% 올랐다. 하지만 추격매수보다 급매물 거래가 여전히 많아 상승 탄력이 이어질지 의문이란 분석이 많다.
◆ 입주물량 증가, 전셋값 하락에 추가 상승보단 약보합 전망
인천 아파트값의 상승 탄력이 약한 이유는 주택 매수심리가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주택시장은 투자수요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고금리와 집값 불안에 투자자들은 추가로 집을 매수하기보다 관망하려는 심리가 강하다. 상대적으로 인천은 인구 유입이 적어 수도권에서 매수 수요가 가장 부족한 상태다.
전셋값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인 전세가율이 낮아져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 매수) 여건이 악화했다. 매맷값 하락보다 전셋값 낙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송도더샵마스터뷰22BL의 경우 2021년 집값이 최고가를 찍었을 당시 전세가율이 50% 안팎이었으나 최근에는 40%대로 내려앉았다. 청라제일풍경채2차에듀&파크는 65% 수준에서 최근엔 50% 수준으로 하락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수요는 2년 전보다 자기자본이 더 많이 필요한 셈이다.
집값 약보합세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인천지역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이달 342가구에서 내달 1만2330가구로 급증한다. 미추홀구 주안동 '힐스테이트푸르지오주안'(2958가구), 부평구 십정동 '힐스테이트부평'(1409가구), 서구 백석동 검안역로열파크시티푸르지오 1단지(2379가구), 2단지(2426가구) 등이 대표 단지다.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 수요층 선택의 폭이 커지는 만큼 기존 주택의 매맷값, 전셋값의 약세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부동산R114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인천 아파트값이 1년여 만에 상승 반전했지만 추가적인 상승 여력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입주물량이 많고, 전셋값 하락폭이 커 집값이 급격하게 반등하긴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