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법원·검찰

[기고] 압수수색 사전심문 제도에 관한 형사 변호사의 생각

기사입력 : 2023년05월14일 09:30

최종수정 : 2023년05월14일 09:30

최광석 화우 변호사

대법원은 올해 2월 3일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제도'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이란 판사가 압수수색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기 전 사건관계자를 사전에 심문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구속전피의자심문과 같은 제도를 압수수색영장에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법원은 무분별한 영장 발부를 방지하고,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막겠다는 취지로 6월 1일 시행을 목표로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 경찰, 공수처 등 수사기관은 즉각 반발했다. 증거 확보의 핵심 수단인 압수수색부터 피의자나 변호인 등 사건관계인이 참여할 경우 수사의 밀행성과 신속성을 훼손하고, 증거인멸 가능성만 키운다며 개정안을 비판했다. 본격적인 수사를 위한 증거수집 단계부터 수사방향이 노출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의 주장도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서 압수수색에 대응하는 형사변호사 입장에서는 대법원의 제도 도입 취지에 적극 동조할 수밖에 없다. 압수수색은 엄격하게 범죄사실과 관련된 정보에 국한되어야 하고, 특히 개인 사생활이 담긴 전자정보를 압수할 때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압수수색 제도는 범죄사실과의 관련성에 대한 해석이나 그에 따른 압수수색 대상 전자정보의 범위에 대한 판단을 모두 수사기관에 맡기고 있다. 압수수색영장 집행 현장에서의 관련성에 대한 해석은 영장 청구 단계에서 판사가 생각하는 바와 다른 경우가 많다. 

최광석 변호사 [사진=화우] 2022.12.06 

이메일, SNS 대화내역, 인터넷 검색내역 등 민감한 개인정보는 스마트폰 하나에 모두 담겨 있는데, 본인도 잊고 지낸 정보까지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영장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수사에 따르는 불가피한 개인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범죄사실 관련성'이라는 제약을 둔 것인데, 그에 대한 판단을 사실상 수사기관의 양심에 맡긴 셈이다.

법원은 과거 수사의 신속성과 밀행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적법절차 원칙을 지키기 위해 '영장 별지'와 같은 제도를 고안하기도 했다. 전자정보 압수 시 선별 압수 원칙과 예외적인 원본 반출 사유를 정하고, 압수대상물이나 방법에 제한을 둔 것이다.

그럼에도 압수수색 현장에서의 현실은 예외가 원칙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수백만 건의 파일을 원칙대로 현장에서 선별하려면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범죄사실 관련 키워드를 미리 준비해 올 수도 있으나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수사기관이 전자정보 일체를 반출한다고 해서 선별이 수월해지는 것도 아니다. 피압수자는 휴대전화만 하더라도 수만 건의 전자정보를 보관하고 있는데, 이를 선별하려고 며칠씩 시간을 낼 수도 없으니 차라리 뺄 것만 빼려고 하게 된다. 결국 범죄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사람도 범죄와 무관한 사적인 대화까지 수사기관에 넘겨주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수사기관에 넘어간 정보가 어떻게 보관되는지, 무관 정보가 제대로 폐기되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판사가 서면 검토만으로 범죄와 무관한 정보를 도려내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압수수색의 목적물은 통상 '~관련 서류 등', '~혐의와 관련된 정보'와 같이 포괄적이고 모호한 표현으로 되어 있고, 정보저장매체의 경우 '휴대폰', '외장하드', 'USB', '노트북', '서버', '클라우드' 등 매체 전체를 아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장전담판사로서는 사후적으로 포괄영장을 발부했다는 비난을 받을지언정 범죄의 중대성과 수사의 긴급성을 강조하는 수사기관의 요구를 쉽게 뿌리칠 수 없다고 한다.

이처럼 압수수색영장상 '범죄사실과 관련된' 문구만으로는 압수 범위 제한이 불가능하고, 피압수자의 철저한 선별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논의 끝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제도 도입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검찰은 제도 도입을 반대하며 '포괄적이고 임의적인 사법적 통제'라고 표현하였으나,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대두되는 시대적 흐름에 비추어보면 오히려 경계 없는 전자정보의 압수가 더 큰 문제로 보인다.

대법원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제도의 대상은 영장을 신청·청구한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이 될 것이며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우려하는 바와 같은 수사정보의 유출이나 밀행성 침해는 문제될 이유가 없다고 한 것이다. 더욱이 필요적 심문이 아닌 임의적 심문이므로 마약, 조직, 뇌물범죄 등 특정 유형 범죄의 경우 법원도 더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영장 청구서 기재사항의 '집행계획'에 분석에 사용될 '키워드'를 기재하는 데 대해서도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범죄사실 관련성에 국한된 압수수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선별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임의로 키워드를 입력해서는 방대한 전자정보 속에서 신속·정확하게 관련 정보를 골라낼 수 없다. 이러한 선별 방식은 수사기관이나 피압수자 모두에게 손해이다. 법원은 범죄의 특성에 따라 제한적·열거적이 아닌 포괄적 검색도 허용하고, 경우에 따라 검색어를 제한하지 않는 방법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통신자료제공 제도(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통신자료제공은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수사나 재판에 이용하기 위해 이용자의 성명,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등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사업자가 법원이나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통신자료를 제공한 이후에도 통신자료의 취득사실이 이용자에게 통지되지 않는다며 이는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판단했다. 임의수사의 한 종류인 통신자료제공 제도에 대해서조차 적법절차원칙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강제처분인 압수수색영장 제도에서는 더더욱 이러한 가치가 존중되어야 하지 않을까. 압수수색의 대상에는 나쁜 범죄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통의 개인과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도 압수수색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너무나 흔하다.

 


최광석 화우 변호사 

 
2002년 전남외국어고등학교

2006년 경찰대학교 법학과

2008년~2011년 성남중원경찰서 수사과 경제범죄수사관/사이버 범죄수사관

2014년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014년 제3회 변호사시험 합격

2020년 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Global MBA

2014년~현재 법무법인(유) 화우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peoplekim@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사진
내란특검, 尹재판 증인 72명 신청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증인 72명을 추가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3일 내란우두머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의 9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 [사진=뉴스핌DB] 특검 측은 앞서 1차로 38명의 증인을 신청한 데 이어 이날 재판부에 증인 72명을 추가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10일 열릴 10차 공판에서는 이날 증인신문을 마치지 못한 고 전 처장에 이어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준장), 김영권 방첩사 방첩부대장(대령)을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정 전 처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선관위 전산실 통제와 서버 확보를 지시받은 인물이며 김 부대장은 비상계엄 당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을 당시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조은석 특검이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절차가 위법해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특검은 "법과 상식에 비춰봤을 때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sykim@newspim.com 2025-07-03 20:4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